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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전라북도의 텐배거(10배 성장)를 꿈꾼다 - 이상직

이상직(KIC 회장)

텐배거(Ten-bagger), 생소하지만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다. 배거(bagger)란 야구에서 루타를 의미하므로 텐배거는 10루타를 뜻한다. ‘월가의 영웅’ 피터린치가 처음 사용했는데, 투자자에게 10배의 수익률을 안겨주는 대박종목을 의미한다. 하지만 필자는 텐배거를 10배 성장이라는 상징으로, 역설적으로는 지금의 작은 차이가 뒤에 큰 차이로 나타난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72법칙(The Rule of 72)이란 것이 있다. 72법칙은 채권에 투자한 자금이 두 배로 증가하는데 얼마만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혹은 일정 기간 내에 투자원금이 두 배가 되려면 수익률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를 구하는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매년 4%씩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약 18년(72/4%) 후에 2배가 될 것이고, 매년 3%씩 성장한다면 24년(72/3%)이 소요될 것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0년간(95 ~ 2005년) 지역별 요소투입과 산업과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GRDP(지역내 총생산) 연평균증가율은 5.7%로, 전국 16개 광역단체 가운데 최하위권이었다. 가장 높은 인근의 충남지역(10.4%)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필자는 72법칙으로 전라북도의 미래를 계산해 봤다. 추세가 지속되어 전북과 충남의 잠재성장률을 각각 5%와 10%로 가정한다면, 전북은 15년 만에 2배 성장하게 되고 약 50년이 지나면 10배 성장하게 될 것이다. 반면 충남은 15년 후면 4배 성장을 달성하게 된다. 더구나 전북이 10배 성장하게 되는 50년 뒤에는 충남은 100배 이상의 성장을 이루게 된다. 상상하기 싫은 미래이다.

 

핀란드의 노키아그룹, 1992년 화장지와 목재를 만들던 ‘굴뚝회사’였던 노키아는 1998년 미국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조업체로 변모한다. 산타클로스와 호수의 나라인 핀란드가 정보통신의 신세계로 바뀐 것을 보고 한 언론인이 핀란드를 ‘노키아랜드’라 부를 정도였다. 1992년 경영 악화 속에서 취임한 41세의 올릴라는 그룹에 생소하고 핀란드에 어울리지 않는 통신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반발에도, 휴대전화라는 미래를 그렸고 이에 특화하여 집중했던 것이다.

 

전라북도의 현실은 올릴라 같은 창조적인 리더십, 미래에 대한 상상 그리고 선택과 집중 요구되고 있다. 만약 전라북도가 항공 산업의 메카가 된다면 허황된 것일까. 호수의 나라에서 휴대폰을 상상하는 것이 어려웠듯이 전라북도에서 항공 산업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공군의 정비창이 전라북도로 옮겨 오고 항공정비관련 산업을 지역에 유치하고 이전시키려는 도민들의 열정과 지방정부의 힘겨운 노력이 뒤따른 다면, 물류의 중심이 될 새만금을 상상하지 않더라도, 항공 정비 산업에서부터 전라북도는 특화된 입지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것이 전라북도의 현실적인 잠재력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은 도전과 집중이다.

 

60년대 국내 10대 기업에 들었던 동명목재, 경성방직 등 기업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896년 미국의 다우지수에 편입되었던 12개 기업 중 유일하게 GE만이 현재 남아 있다. 이렇듯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과 개인만이 승자가 될 것이고, 전라북도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한편으로 새로운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라북도가 식품산업 클러스터나 첨단부품소재산업 클러스터 등 지역에 맞고 경쟁력 있는 산업을 특화하고 유치하고자 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 또한 기업인으로써 열악한 현실을 극복하고 미래의 비전을 완성시키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전라북도의 텐배거(10배성장)를 꿈꿔본다.

 

/이상직(KIC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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