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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캥거루운전 단속 '유감' - 김성진

김성진(조달청장)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다 보면 최근 몇 해 사이에 스피드 단속카메라 설치가 부쩍 많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가벼운 상념에 빠져 속도계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이 순간의 속도위반이 카메라에 찍혀 벌금쪽지를 받기도 한다. 카메라 경보장치를 설치할까도 생각해 보지만 운전 중 내내 소리를 내는 경보기계는 운전의 즐거움을 앗아가 버리고 운전을 노역으로 전락시키는 것 같아 아직도 필자의 차에는 경보장치가 없다.

 

그런데 어떤 운전자는 카메라 앞에서는 속도를 줄였다가 카메라만 벗어나면 크게 속도를 내는 곡예운전으로 다른 운전자를 불안하게 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요즈음 우리 언론에서 이를 캥거루운전이라고 하는 것 같다. 자유자재로 정지했다가 뛰는 캥거루의 모습에서 착안한 것으로 짐작은 가지만, 호주의 캥거루들이 이것을 안다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을는지 ….

 

이 캥거루 운전을 단속하기 위해 영동고속도로 일부 터널구간에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한다. 카메라와 카메라 사이의 통과시간을 측정해 중간에 과속여부를 판단,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지키고 벗어나면 마구 밟는 운전자를 적발해 내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캥거루운전을 하여 교통사고의 위험을 높였으면 이런 생각까지 했을까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의 자동차의 최고속도 제한은 도대체 왜 하는 것일까?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일까? 경제속도를 지키게 함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것인가? 아마도 교통사고 위 을 줄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고속도로의 굴곡도, 노면상태, 차선넓이, 교통량, 운전자의 운전능력 등과도 큰 연관이 있다. 이렇다면 아무 차량도 없는 새벽시간에 속도위반을 적발해내는 카메라단속은 그리 현명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사고의 위험이 큰 일부구간에서 캥거루운전을 단속하는 것은 찬성이다. 그러나 과속한 사람을 모두 찾아내기 위하여 모든 구간을 대상으로 캥거루운전을 단속하는 것은 시도조차 하지 말기를 바란다. 예컨대 서울톨게이트 출발부터 천안, 대전을 거쳐 전주톨게이트에 도착할 때까지 주요 구간의 통과시간으로 과속여부를 계산한다면 어떤 사회가 되겠는가?

 

 

속도위반은 그 자체가 죄가 아니다. 일종의 규칙위반이다. 게다가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고속도로에서 속도제한이 없지 않은가?

 

개인의 모든 법규위반 행위를 이잡듯 찾아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사람들이 숨쉴 수 있는 틈을 주지 않고 몰아대는 사회는 죠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그린 끔찍한 사회를 연상케 한다. 즉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동되는 ‘텔리스크린’으로 모든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무시무시한 사회 말이다.

 

자유가 넘쳐흘러야 창의가 발휘되고 개인의 창의가 최대한 발휘될 때 사회의 발전이 있다고 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이리라.

 

△김성진 조달청장(57)은 김제 출신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워싱턴대와 경희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발을 디딘 후 재경부 금융정책과장, 경제협력국장, 국제업무정책관을 역임했다. 지난해 7월부터 조달청장으로 재직해오고 있다.

 

/김성진(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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