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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등록금 인상 딜레마 - 김재호

김재호(교육부 부장)

전북대가 올해 등록금을 23.4% 인상할 것임을 밝혔다. 거의 매년 한자릿수 인상에 비해 3배 수준이다.

 

전북대가 이같은 움직임은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수교원을 확보하고, 우수 학생을 끌어 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특히 지난해 60주년을 맞은 전북대는 ‘비전 2020 장기발전계획’을 통해 세계 100대 대학, 국내 10대 대학 진입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지만, 재정문제 해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청사진이다.

 

서거석 총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양형일 의원(한나라당)이 “전북대의 자체 연구비가 낮은 이유가 뭐냐?”고 묻자 “기성회비가 적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서 총장은 이어 “10개 거점 국립대학교 가운데 전북대는 제주대(10위) 다음으로 등록금이 적다.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경북대 보다는 무려 150억원이 적다”며 등록금 인상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이원복 의원(한나라당)이 “학교발전기금이 어느 정도이냐”고 묻자 “연간 20억 정도 걷히고, 누계액은 260억 정도”라고 답변했다.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거론될 당시 학교발전기금을 1000억 이상 유치했다 사실이 주목됐던 점을 되새겨 볼 만한 대목이다.

 

사실 등록금과 발전기금이 적으면, 특히 국립대학의 재정은 뻔하다.

 

그러면 무려 23.4%의 등록금 인상률을 제시하고 있는 전북대의 등록금 수준은 얼마나 될까.

 

지방의 주요 거점 국립대 기성회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7학년도 전북대 인문계열 1학년생의 연간 기성회비는 246만 6000원. 그러나 경북대와 전남대, 부산대, 충남대 등 4개 국립대의 평균 기성회비는 263만 1000원으로 전북대보다 16만5000원이 많았다. 의·치학 계열 4학년생의 경우 전북대가 426만5000원을 낸 반면 4개 대학 평균은 530만 3000원으로 103만 8000원이 많았다. 전북대생이 내는 기성회비가 4개 거점대학 평균 기성회비의 80∼99% 수준인 셈이다.

 

전북대의 입장은 이렇다. 다른 거점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기성회비를 현실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학 특성화 관련 사업 지원,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장학 수혜 확충, 취업률 제고를 위한 투자, 연구 지원, 인건비 등 처우 개선 등 현재 미진한 부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지난해 교수들의 연구실적을 대폭 강화한데 이어 최근에는 학생들의 취업을 총장이 직접 챙기겠다며 종합인력지원센터를 총장 직속기구로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대학이 열심히 하겠으니, 학생들도 대학발전에 동참해 달라는 제안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등록금 인상률이 너무 충격적인 데 있다. 전북대 기성회비는 지난 2003년 11.6% 인상된데 이어 2004년 10.7%, 2005년 3.2%, 2006년 8.0%, 2007년 11.0% 인상해 왔다. 전체 등록금 인상률도 2003년 10% 인상이 최고 수준이었다.

 

대학도 이제 투자해야 더 훌륭한 교수진을 갖추고, 실험 실습장비 등을 완벽하게 갖출 수 있다. 그것이 더 우수한 학생을 유인하고, 높은 취업률로 이어진다. 대학위상 제고라는 선순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것이 결코 적지 않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학교측을 향해, 교수들을 향해 뭔가를 확실하게 요구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여기에서 활력이 생긴다.

 

그러나 이번에 제시된 인상률 23.4%은 너무 높다는 것이 학생들의 반응이다. 게다가 대출 금리도 크게 인상되는 추세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레드오션에 빠진 대학에서 학생들도 허리띠를 질끈 동여매야 하겠지만, 대학도 발전기금 확충등 다각적 노력이 요구된다.

 

/김재호(교육부 부장)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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