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다. 시작이다. 새 정부의 출범처럼 나도 일주일 후의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유치원을 찾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볼 수 있는 3월이기 때문이다.
유치원과 각급 학교에서 아이들이 입학하는 동안 청와대의 새로운 시작은 서너 번은 되풀이 될텐데, 그 기간 교육 정책에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크게 변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교육을 보는 시선이다. ‘교육으로 흥한 나라 교육으로 망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부연 설명이 필요도 없다. 지난 주 통계청에서 (정말이지 늦은 감이 있지만) 처음으로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해서 발표했으니, 1년에 우리 국민이 사교육비로 쓰는 돈은 20조원이란다.
이 금액은 초,중,고등학교 과정의 사교육비만 포함되어 있고 유치원이나 대학교 및 어학연수 유학 비용 등은 제외되었다. 그 비싼 대학등록금이나 어학연수비용까지 포함한다면 우리 국민이 1년에 부담하는 교육비는 국가 전체의 교육예산인 35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측된다. 자녀 하나 키우는데 부모가 부담해야 할 교육비만 1억원!. 휘지 않을 허리는 없을 것이 분명타.
그런데 문제는 그런 엄청난 교육비를 투자하여 공부를 시켰음에도 취업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아이들은 점점 더 불행해 한다는 사실이다. 안타깝다. 제발 이제라도 생각을 좀 바꾸었으면 좋겠다.
내가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기 시작한지 30년이 다 돼간다. 우리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자신 있게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큰 행복을 느낀다. 한 겨울 유치원 마당에서 모래성을 쌓고, 철따라 만경강을 따라 걸으며, 전주천에서 팬티바람으로 생태공부를 하고 무공해 채소 가꾸느라 얼굴이 다 그을르고, 새벽에 산 오르려고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등 1년 내 자연과 친구하며 신나게 놀아 제낀다. 땡볕과 칼바람마저 친구 삼아 놀아주는 아이들도 대견하지만 온통 놀리기만 하는 유아교육에 동의하는 학부모들도 범상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들로 산으로 냇가로 실컷 뛰어 놀다 보니 초등학교 때는 잘 놀아서 인기 가 좋고, 학년이 오르면서는 잘 놀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갖고 공부해 주변을 놀래 켜 주는 아이들이 되고 있다. 미리 가르치지 않아, 스스로 깨닫는 배움의 기쁨을 빼앗지 않은 것이 약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을 이끌어가는 이가 ‘이웃집 아줌마’라는 우스갯소리는 우리 교육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자기는 과외나 학원 등에 아이들 보내고 싶지 않지만, 옆집 아줌마가 하니 나도 안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 한 번 분명히 생각해 보자. 그 이웃집 아줌마가 바로 자기 자신은 아닌지. 아이들과 함께 한 30년 동안 내가 깨달은 소중한 진리 하나는 부모가 당당하게 자신의 주관을 갖고 자녀들을 믿고 기다려 줄때 아이들은 행복하게 되고 또 부모가 원하는 삶에 접근한다는 사실이다. 하물며 나라의 교육정책은 오죽하랴.
시작의 날에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나라의 미래와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신중하게,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추진되길 두 손 모아 기대해본다.
/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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