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정치부 부장)
"혹시나했는데 역시나..." "그래도 이번엔 믿었는데..."
한나라당이 지난 24일 확정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본 전북 도민들의 탄식소리다.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철저히 전북을 외면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공약(公約)했던 "호남지역 비례대표 30% 할당"은 역시 공약(空約)으로 끝났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명단 50명 가운데 당선 안정권에 든 전북출신 인사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이리중학교를 나온 강성천 한국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이 4번에 배정됐지만 노동계 몫이지 전북 몫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광주·전남지역 출신은 5명이나 당선권에 포진해 '호남배려' 약속이 광주·전남에만 편중됐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한나라당이 도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7대 총선때도 박근혜·최병렬 전 대표가 '비례대표 호남 몫 3석 배려'를 거듭 공약했다. 당시에도 '지역주의를 청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호남 출신의 비례대표 공천을 공언했던 것. 그러나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에 전북출신은 한사람도 포함되지 않았다. 공당의 대표가 언론과 200만 도민 앞에서 거듭 약속한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파기한 것이다.
이 같은 식언(食言)의 전례가 있었기에 이번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공천약속에 대해서도 도민들이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한나라당이 약속의 진정성 문제까지 언급하며 '비례대표 30% 배려' 약속을 누차 강조함에 따라 도민들도 이번 만큼은 자못 기대감이 컸었다. 그 만큼 한나라당 전북의원 배출이 한나라당 못지 않게 도민들에게 절박했던 연유에서다. 당내 핵심실세인 이재오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례대표 당선권에 호남지역 후보를 40% 이상 배정해야 한다.전북에 3명, 전남에 3명, 광주에 3명씩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며 구체적 숫자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도민들의 기대를 또 다시 깡그리 뭉개버리고 말았다.
물론 한나라당 입장에선 지난 대선때 전북에서 두자리수 지지율을 목표로 설정했으나 9%대에 머물러 적지않은 아쉬움과 도민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집권 여당이 된 한나라당이 한 두명도 아니고 200만 도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처사는 도저히 묵과하기 어렵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이후 전북은 새정부와의 연결고리와 소통이 단절되면서 "전북만 고립되지 않느냐"는 우려감이 팽배한 실정이다. 새만금과 식품산업클러스터, 경제자유구역 등 지역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또 소외와 푸대접 속에 5년을 허비해야 하느냐는 체념도 섞여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전북도당 일각에서도 전북교두보 확보를 위한 지역구 전략공천이 무산된데다 비례대표 약속마저 공염불로 그치자 "해도 너무한다. 이래서 어떻게 선거를 치르냐"는 불만과 푸념이 무성하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건 한나라당에 과연 전북에 대한 진정성이 무엇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집권 초기부터 도민과의 약속이 어긋나면서 새만금을 비롯한 전북관련 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통합과 지역정서 극복이 구두선에 그쳐선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한번 두번 신뢰에 금이 가면 이반되는 민심을 추스릴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순택(정치부 부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