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로 떠났던 태조 어진이 다음 달 전주로 환안된다. 거처였던 경기전을 떠난지 2년 10개월만이다.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고자 한다. 그동안 어진 환안을 위해 뜻을 모았던 반환추진위원회를 비롯 관계자들의 노고에 치하를 드린다. 본 란도 수차례에 걸쳐 반환의 당위성을 주장한 바 있다.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는 문화재청의 오만함과 전주시의 무능을 질타하는데도 앞장섰다.
그러나 이제는 차분히 그동안의 과정을 자성(自省)해야 할 차례다. 그리고 앞으로 어진과 부속유물의 안전한 보존에 다시 한번 힘을 모아야 한다. 나아가 조선왕조실록 등 전주에 보관되었다 반출되었거나 전주와 관련된 유물·유적을 찾아 오는 일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문화재의 소중함을 무지(無知)에 가까울 정도로 등한시했다. 태조 어진의 훼손이 단적인 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어진은 2000년 3월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전북지원 종친들이 분향례를 올리는 과정에서 어진의 왼쪽 귀 옆부분 50㎝가량이 찢어진데서 발단되었다. 이를 문화재청에 보고도 없이 자체 보수로 덮어버렸다. 명색이 국가의 보물이라는 문화재가 이렇게 허술히 취급되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후 어진은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행사를 위해 2005년 9월 서울로 옮겨졌고, 이어 열린 국정감사에서 훼손 사실이 밝혀졌다. 문화재청은 훼손 사실을 문제삼아 전주시의 보관능력에 문제가 있다며 반환을 거부했다. 시민들의 강렬한 열망과 반환운동이 없었다면 어물쩡 넘어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전주시는 경기전 안에 44억원을 들여 유물전시관을 건립키로 했다. 올말이면 착공에 들어가 2010년부터 이곳에 어진을 모실 예정이다. 그동안은 국립전주박물관에 기탁 보관하게 된다.
우리는 이 유물전시관을 보란듯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당초 유물전시관 건립에 부정적이었던 문화재청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당당히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전주시나 학계, 역사박물관 관계자 등이 나서 전주에서 반출되었던 유물·유적들을 조사해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전주는 조선 왕조의 탯줄이 묻힌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주의 문화 자존심을 찾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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