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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황기 삼계탕을 만들며… - 김은미

김은미(전북대 교수)

느지막이 초보 주부에 입문하면서 어려운것 중 하나가 반찬 만들기이다. 아담 스미스가 예견한대로 분업화가 도입되면서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맞벌이 가정들이 늘어나면서 밥상 분업화에 의해 전문반찬가게 들이 생겨났다. 분업의 장점을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 반찬가계를 적극 애용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신분은 새신랑이면서 결혼 십 오륙년차 친구들과 동일한 대우를 기대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남편으로 인해 저자의 반가사(반찬가게사랑) 행위는 길게 유지될 수 없었다. 제대로는 못 만들더라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나 어쩐다나…시간낭비, 돈낭비는 차치하고라도 내 성의 자랑하자고 밥상에 앉은 여러 사람들 고문 시킨다는 것이 할 짓은 아닌 듯싶으나 어찌하랴 결혼 얼마 만에 파경 어쩌고 하는 주인공은 될 수 없고…그래서 된장국, 미역국 등을 주기적으로 전전하다 최근에는 요리책 몇 권을 준비했다.

 

아침 메뉴를 고민하며 요리책을 뒤적이던 중 문득 준비 없이 4학년을 맞이하여 쫓기듯 대충 취업하는 우리학생들하고 내가 비슷하지 않나 싶다. 책을 뒤적이다 보면 하고 싶고 먹고 싶은 메뉴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그에 맞는 재료는 집에 없고 지금 당장 반찬은 필요하고...결국 허겁지겁 집에 있는 재료 중심으로 대충 만들게 된다. 몇 일전 엄마가 옥상에서 농사지으신 피망을 몽땅 주셨다. 사람들과 나누자니 좀 귀찮고, 책을 뒤적여 보니 전갱이 피망 볶음이 있다. 전갱이가 뭔지도 모르는 나에게 그 생선이 있을 리는 만무하고 흰살 생선도 괜찮다는 설명에 얼마전 구입한 고등어가 생각난다. 구이용으로 손질되어 하얀살이 넓게 펼쳐져 있던게 떠올라 전갱이 대용이 되려니 하고 열심히 요리해 막 먹으려니 허거걱....고등어 특유의 비릿함에 피망볶음소스는 영 별로이다. 한편 원기보충을 위해 삼계탕을 목표하고 책을 뒤적여 정식으로 재료들을 준비했다. 처음 끊여 보는 황기 삼계탕이었는데 남편이 맛있단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뚜렷한 목표 없이 남들 따라서 공무원이네, 대기업이네 준비한답시고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다 결국 전혀 꿈꾸지 않았던, 본인의 적성과는 무관한 곳으로 취업하곤 한다. 요리책을 뒤적이면 양파, 풋고추, 붉은고추 등 공통적으로 필요한 재료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료들은 양념으로써 어느 요리에나 필요한 것들이다. 문제는 메인요리의 주재료를 갖추었냐는 것이다. 모든 취업준비생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 지식들은 그야말로 기본이다. 원기보충이 목표이고 그에 걸맞는 요리가 무엇이며 그에 필요한 재료는 무엇인지 연구하면 원하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돈인지, 명예인지, 권력인지를 생각해 보자. 원기를 보충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듯이 돈을, 명예를, 권력을 추구하는 방법은 수백, 수만 가지이다. 닭을 좋아하며, 초보자인 내가 하기에 어려워 보이지 않아서 난 삼계탕을 선택했다. 자 이제 나의 목표와 방법이 정해졌다. 그럼 그 방법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장을 보면 된다. 가능하면 싱싱한 닭으로, 좋은 황기로, 무공해 대추로...

 

※ 김은미 교수는 텍사스 주립대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전북대학교 무역학과에서 통상법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 언론중재위원 및 관세사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은미(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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