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편집부장)
양을 치면서 장난삼아 '늑대가 온다'고 외쳐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는 양치기 소년.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정권을 되찾았다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 영락없는 그 양치기 목동이다.
취임하자마자 MB는 뭐가 그리 급했던지 미국과 일본 순방길에 올라 '전략적 한미 동맹', '성숙한 한일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고 외쳤다.
물론 보수우파 입장에서 볼때 노무현 정부의 대미·대일 외교가 엉터리여서 순방이 필요했다 치더라도 '급할수록 돌아서 가는' 외교의 'ABC'는 아니다.
이와 관련 '외교부가 MB가 내건 '실용외교'를 선점해 방미·방일을 추진, 새 정권에서 외교당국의 입지를 강화하려 했다'는 여권 실세의 지적은 음미해 볼 대목이다.
이에 앞서 외교당국은 MB의 당선인 시절 6자회담 주변국 4강외교를 들먹이며 미, 일, 중, 러 대사와의 면담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 이틀만에 만사 제쳐놓고 4강 대사를 만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 또한 외교부 '전략'이 작용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설익은 과정이 MB정권이 '양치기 정부'가 되는 빌미가 될 줄이야.
결국 방미·방일 후 MB가 외쳤던 '한미 전략적 동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한일 성숙한 동반 관계'는 독도 영유권 다툼으로 인해 말짱 거짓말로 드러났다.
더구나 MB가 그토록 믿었던 미국마저 엊그제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의 록스(암석)'라고 밝혀 대한민국은 졸지에 동북아 외교의 외톨이 신세로 전락했다.
여기에다 최근 한국은 아세안지역포럼(ARF) 의장성명에서 '금강산 피격 사건'과 '(남북정상)10.4 선언'관련 문구가 동시에 삭제돼 국제적 망신도 샀다. 북한과의 섣부른 '외교전쟁'이 부른 화근이다.
그런데도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은 "(외교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지적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텼다. 참으로 '외교적'인 표현이다.
정권 출범 반년도 안돼 국민 앞에 펼쳐지는 '양치기 외교'의 종합판을 보는 국민들은 화는 화대로 끓고, 걱정은 걱정대로 남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양치기' 행태는 이 뿐 아니다.
도내로 눈을 돌려 입원률·사고율 등이 높은 지역의 자동차보험료를 차등화한다는 정책을 봐도 마찬가지다. 이는 보험회사들이 꺼린다는 전북 운전자의 보험료 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이다.
그래서 전북상공회의소는 행정안전부에 질의를 했고 행안부는 '구체적으로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를 듣고 언론이 '차보험료 지역차등 없다'고 보도하자 "'계획이 없다'가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이정도면 '쇠고기 영문 오역'은 그렇다치고 우리말도 안통하는 정부다.
여기에다 전북 혁신도시로 올 예정인 토지공사가 주택공사와 통합된다는 설에 대해서도 당국은 '아니다'와 '추진한다'를 반복, 도민들의 혈압을 올렸다.
독재자 히틀러는 자신의 저서 '나치투쟁'에서 "거짓말을 하려면 엄청난 거짓말을 하라. 대중은 이해력이 부족하고 잘 잊어버린다”고 썼다.
행여 우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경천동지할 기대를 심어줬다가 훗날 거짓으로 탄로날 때 이해력 부족한 국민이 곧 잊을 거라고 판단했다면 오산이다.
하긴 새 정부의 능력을 견줘보면 '상상도 못할 엄청난 거짓말로 국민을 완벽하게 속이는 일'은 어려울 터이니 그런 걱정조차 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새 정부가 반드시 고쳐야 할 일은 국민에게 통하지 않을 '엄청난 거짓말'보다 생각없이 '늑대다'고 외치는 양치기의 못된 습관이라 하겠다.
/김성중(편집부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