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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전라도×× 다 잘라버린다고? - 김성중

김성중(편집부장)

서울 관악경찰서장이 술자리에서 "전라도×× 다 잘라버려야 해. 나 이번에 총경 승진 한 놈만 시킬거야”라고 호남비하 발언을 했다. 내부 감찰을 받고 있는 그는 "술자리에서 누군가 '전라도 사람을 잘 봐 달라'고 말해 이에 발끈해 심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실제 평소에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쌀보전 직불금 부당 신청으로 낙마 위기에 놓인 이봉화 보건복지가정부 차관 문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과 인생 이력이 비슷한 이 차관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어 청와대 참모들이 (퇴진시켜야한다는) '직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여권 인사는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비판을 해도 자기 사람을 자르기 매우 싫어한다. 게다가 특별한 가신그룹이 없는 이 대통령으로선 자기가 믿고 썼던 '서울시 인맥'의 핵심 인물을 포기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한 일간지에 실린 두 건의 기사다. 이 기사를 주목하는 이유는 사안의 중요성과 정황으로 보아 신빙성이 매우 높은 보도이거니와 '자르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등장해서다.

 

사실, 관악경찰서장의 호남비하 발언은 정권이 바뀔 때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지만 막상 보도를 접하니 경찰 고위 간부가 한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특히 해당 경찰서장은 물론 경찰 고위층 전반에 걸쳐 '전라도에 대한 적대감'이 일반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다는 생각이다.

 

보라, 경찰 뿐 아니라 이미 일반 중앙부처에서는 '전라도 출신들은 당분간 승진과 발탁을 꿈꾸지 마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고 하지 않는가.

 

상황이 이 정도면 새 정권이 지난 날 그토록 비판했던 노무현 정권의 '계층간 편가르기'가 이제는 '지역간 편가르기'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 사의를 표명한 이봉화 차관 문제도 마찬가지다. 가신그룹이 없는 이 대통령이라지만 파문의 당사자를 곧바로 문책하지 않고 감싸는 모습에서 또 다른 '편가르기'로 다가온다.

 

가신이 없으면 오히려 널리 인재를 구하기 쉽고 또 그렇게 하는 게 지도자의 덕목이다. 그러나 집권 초 '국민 대통합'을 외쳤던 MB정권은 고위직 인사에서 호남 인물을 안배한 흔적도 평가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고소영, S라인', '공기업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 정부 반년이 흐른 지금의 상황도 그대로다. 실제 최근 한 공공기관 임원 선정에서 최종단계인 2배수에 들었던 도내 출신 인사와 다른 한 사람에 대한 임명이 무산된 채 재공모가 추진된다는 소식이다.

 

두달 넘게 전문성과 도덕성을 검증했다면 둘 중 하나를 임명하는 게 순리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전북 출신을 배제하려는 수순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하지만 이 일과 관련한 야권 고위인사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 크다. 이 인사는 사석에서 "나는 처음부터 그 전북 출신이 임명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정권은 정말이지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했다.

 

'전라도××는 다 잘라버려야 한다'는 고위 경찰의 망언과 특별한 이유로 이봉화 차관을 '자르지 못했던' MB정부를 보면 지난 경상도 정권 시절 고향을 숨긴 채 살아가야 했던 중앙부처 전북 출신 공무원들의 애환이 자꾸 오버랩된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새 정부 임기가 앞으로도 4년 4개월이나 남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특정지역 출신이라고, 또 현 정권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해서 인사의 유불리가 갈리면 안된다. 대한민국에서 '인사가 만사'라는 명제는 여전히 깨져서는 안될 진리다.

 

/김성중(편집부장)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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