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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다문화가정 꼭 의무교육을 - 이성원

이성원(문화부장)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다문화가정과 관련된 충격적인 자료를 발표했다. 초등학교 학령 아동 중 15.4%, 중학교 학령의 39.7%, 고등학교 학령의 69.6%가 미취학 또는 학업중단 상태라는 것이다. 일반가정에 비해 초등은 22배, 중학교는 10배, 고등학교는 8배 많은 아이들이 '학교 밖'에 있다는 지적이다. 자료가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다. 세금을 내지 않은 주민에 대해 국가가 개입해서 각종 제재를 하듯이, 의무교육을 이행하지 않으면 공권력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도 중학교에 다녀야 할 다문화가정 자녀 10명중 4명이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고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다. 법질서는 무너지고 무시당하는데 나라는 팔짱만 끼고 있다.

 

문제는 이 뿐 아니다. 다문화가정 자녀 10명중 7명이 고등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일반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겉도는 제2국민이 무리로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숫자도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면, 우리사회의 앞날이 심하게 위태롭다.

 

그런데도 관련 기관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난리'가 났는데도 무감각하다. 행정기관이나 교육기관은 지금까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다. 무관심한 것인지, 애써 무시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국제결혼가정에 대한 우리나라의 통계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여성부, 보건복지가족부 등 부처마다 서로 다르고 연구자들마다도 다르다. 누구의 것도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사회에서나 학교에서나 다문화가정이라는 사실을 애써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또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대상 학생이 취학하지 않았다면 동사무소에서 '모종의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교육 관계자의 설명도 억지스럽긴 하지만 전혀 일리 없는 설명은 아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는 이번 통계자료가 정확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료를 공개한 해당 의원측도 행정안전부의 '외국인주민 실태조사 결과'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국제결혼가정 자녀 시도별 학교급별 현황'자료를 종합하여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통계가 잘못됐다고 자신있게 반론할 수 있는 자료는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정확한 자료수집이 어렵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다문화사회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도내의 경우 다문화사회에 대한 통계가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정교해지고 정확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 정확한 자료도 없이 다문화사회의 미래를 예측하여 계획을 세우고 각종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다문화사회로의 진행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현주소다. 받아들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이느냐가 과제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가 정확한 것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만의 하나라도 이 같은 통계가 사실이라면 그 충격은 겉잡을 수 없다. 관련 기관들은 지금이라도 다시한번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 '설마 아니겠지'하는 생각으로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안이하다. 우리사회 다문화 정책이 한 걸음 전진하는 기회로 삼자.

 

/이성원(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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