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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미륵산 정상에 멋진 정자를 세웠으면 - 윤승용

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전 청와대 대변인)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삼기면과 낭산면에 걸쳐 있는 미륵산(彌勒山)은 비록 해발 430m에 지나지 않는 나지막한 산이지만 그 범상치 않은 이름 만큼이나 이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륵산의 원래 이름은 용화산(龍華山)이었으나, 백제 무왕(武王)때 미륵사가 창건된 후부터 미륵산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미륵은 불가에서 석가모니불의 뒤를 이어 57억 년 후에 세상에 출현하여 석가모니불이 구제하지 못한 중생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를 뜻한다. 미륵의 어원적 의미는 자비와 우정을 뜻하는 데 미륵이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경전 슈타니파다(Suttanipada) 에서는 브라만 출신의 16수행인의 한 사람으로 석가모니의 설법을 듣고 불교에 귀의하는 비구로 묘사된다. 이후 미륵의 역할은 초기 경전들에서 석가모니로부터 미래에 성불할 것이라는 예언을 받으며, 대승경전의 발달 후에는 중생을 구제하는 미륵보살의 모습으로 차원 높은 대승불교의 교리를 설법하는 자비로운 보살로 자리매김된다. 소위 미륵 6부경의 성립단계에 와서는 미륵은 석가모니불과 같은 행적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이상적 인물로 정리된다. 하여 고려와 조선조의 난세 때마다 백성들은 세상을 구제할 현신으로 미륵을 기원하는 미륵사상을 떠받들곤 했다.

 

미륵산에는 전북기념물 제12호인 미륵산성과 국보11호인 미륵사탑을 거느린 미륵사지가 있다. 특히 미륵사지는 마한(馬韓)의 옛 도읍지로 추정되기도 하는 미륵산 남녘 명당터에 자리잡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발굴작업 성과를 토대로 추정키로는 한국 최대의 사찰지라는 게 정설이다. 미륵사는 또한 무왕과 선화공주(善花公主)의 설화로도 유명한 사찰이다.

 

필자는 고향에 갈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미륵산을 오른다. 익산에 미륵산을 제외하고는 딱히 오를만한 산이 없기도 하지만 평야지대에 우뚝 솟은 정상에서의 빼어난 조망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등산코스는 미륵사지와 전북과학고주차장 및 별장한증막 코스 등 서너곳에 불과하지만 미륵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고자하는 애호가들로 주말이면 말그대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곤 한다. 정상에 올라서 저 멀리 군산 앞바다를 위시해 남쪽으로는 모악산, 북으로는 계룡산과 대둔산까지 일망무제로 바라다 보노라면 속세의 풍진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기쁨에 젖곤한다.

 

한데 미륵산에 오를 때마다 아쉬운 게 하나있다. 힘들게 정상에 올랐어도 마땅히 쉴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인근 함라산 등에는 능선 고비마다 예쁘게 지어놓은 정자가 있어 삼복염천에도 햇볕을 피해 더위를 식힐 수 있는데 정작 많은 사람이 찾는 미륵산 정상에는 그늘집하나 없는 것이다. 익산시청에 문의해봤더니 그 곳이 문화재보호구역이어서 함부로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구실을 내세운 문화재청의 그 같은 주장에 마냥 수긍하기보다는 익산시민의 불편함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적당한 휴식공간 설치를 시도해봐야할 것이다. 정 문화재보호구역이 문제가 된다면 좀 많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문화재로서도 손색이 없는 멋진 정자를 지으면 되지 않을까? 예산이 어렵다면 시민들의 모금운동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전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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