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문화교육부장)
요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화제다.
지금까지 알려진 그의 내각인선에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일본계, 라틴계, 유대계 등 모든 인종이 포함됐다. 당내 경선에서 치열하게 사투를 벌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있고, 공화당 인사까지 끌어안았다.
인종이나 여야,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그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언론은 '화합과 능력을 최우선으로 한 다양성·화합내각'이라며 찬양 일색이다. CNN이 여론조사기관인 오피니언 리서치와 함께 미국의 성인남녀 10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75%가 오바마의 인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그의 인사스타일이 돋보이는 것은 우리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인사스타일이 부러운 것은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괴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도 이 같은 인사스타일을 경험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2년 한국축구를 세계 4강에 올려놓은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 감독이 주인공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2년 올림픽이 한창이던 6월에 '히딩크 리더십의 교훈'이라는 이슈 페이퍼를 냈다. 월드컵 출전 48년만에 첫 승리를 거둔 뒤 16강 진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보는 시점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오대영'이라는 오명에 시달리던 히딩크가 갑작스럽게 언론에 영웅으로 등장하고 '허동구'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어가던 때다.
보고서는 히딩크 리더십의 성공요인으로 소신과 공정성, 기본의 강조, 혁신의 추구, 가치의 공유, 전문지식의 활용을 꼽았다. 이중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공정성'이다. 그는 선수선발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는다는 조건으로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그렇기 때문에 파벌이나 여론의 영향력 등에 흔들리지 않고 철저하게 실력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했고, 선수들은 더욱 열심히 했다고 한다.
오바마나 히딩크의 인사스타일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것은 작은 훈수(?)에 욕심이 있어서다. 지금 우리지역 관가에서는 내년초 정기인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1년여만 지나면 곧바로 선거가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공정하지 못한 인사'를 걱정하고 있다.
단체장의 입장에서 가깝고 먼 사람이 왜 없겠는가? 좋고 싫은 사람이 있고, 네편 내편도 있을 것이다. 지역이 좁다보니 구분과 경계가 더 분명할 수도 있다. 지역으로 갈리고 학교로 갈리고 혈족으로 갈린다. 여기에다 선거때 나를 도와준 사람과 도와주지 않은 사람, 방관한 사람으로 나뉜다. 그러다보면 좁은 범위에서만 사람을 골라쓰게 되고, 주민에 대한 서비스의 질은 한없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는 주민에 봉사하겠다는 자신의 선거공약을 배신하는 것이다.
작은 둠벙에서 고기잡기는 쉬울 것이나 그 곳에는 잔챙이만 있다. 큰 방죽에서는 고기를 잡기 힘들지만 잡히는 고기는 월척이다. 큰 인물을 구하려면 큰 물로 나가야 한다. 내년에는 적(?)까지도 넓은 아량으로 포용하는 오바마 인사를 흉내라도 내보면 어떨까?
/이성원(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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