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형(CBS 상무 겸 방송본부장)
얼마 전 인천시의 초청으로 다녀온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 현장은 눈을 의심케 하는 상전벽해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갯벌과 바다를 매립한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도로와 공원녹지 등 주요 기반시설이 이미 완료됐고, 쌍둥이 빌딩인 151층 인천타워의 기초공사가 진행되는 등 수많은 건축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솟고 있었다. 바다 건너 인천국제공항을 곧바로 연결하는 21.27km 국내 최장의 인천대교도 위용을 드러낸 채 올해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영종공항도시와 청라지구를 포함해 경제자유구역 조성이 모두 끝나는 2020년에는 국제업무와 첨단산업, 관광ㆍ레저, 물류, 교육ㆍ의료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도시로, 서해안 시대의 주역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야심찬 설명도 곁들여졌다. 서울 서부권에서 30분대, 세계의 관문인 인천공항을 배후로 하고 있는 지리적 이점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친 장밋빛 전망 아니냐는 어깃장을 놓기 힘들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돌아보며 자연스럽게 고향의 새만금과 비교가 됐다. 갯벌 위에 지어진 송도 신도시가 불과 5년 만에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면 새만금은 규모면에서 송도와 비교할 수 없는 대역사이긴 하지만 강산이 두 번쯤 바뀐 1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최종 완공을 앞둔 방조제 공사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설 연휴에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33km 방조제 전구간이 한시적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돼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차를 몰고 현장을 둘러보았다 한다. 또 올해부터는 내부 매립공사도 시작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송도도 한때 갯벌 매립에 따른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새만금은 환경보전과 개발의 대표적인 상징사업으로 인식되면서 숱한 우여곡절과 갈등, 상처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사사건건 대립하는 여야 정치권도 새만금에 대해서는 한목소리이고, 사업의 무게중심도 농업에서 산업으로 선회하면서 새만금은 이제 미래의 전북을 짊어질 성장 동력으로 확실히 가속도가 붙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인천이나 새만금이나 한때 '한국의 두바이'를 꿈꾸며 너나없이 두바이를 희망의 목표로 내세웠던 적이 있지만 지금 '두바이'라는 구호는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거품이 걷힌 두바이의 현실은 선망의 대상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했고, 부도 위기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2020년 완공 목표인 새만금은 '동아시아의 미래형 신산업과 관광레저산업의 허브'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법적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막대한 예산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외형이 아닌 튼튼한 기반 위에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다. 해외투자를 얼마나 잘 이끌어 낼 수 있는가, 어떻게 기업과 관광객을 잘 유치할 수 있는가 하는 데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인천을 포함해 국내 여타 경제자유구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과 동남아를 거점 시장으로 겨냥하는 것도 비슷하다. 자칫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에 앞서 국내에서의 경쟁이 더 치열할 수도 있다. 조급한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독특한 환경을 제대로 활용하면서, 모방이 아닌 창의성을 무기로 전북은 물론 대한민국의 경제를 선도하는 견인차로서의 새만금을 기대한다.
/이길형(CBS 상무 겸 방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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