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제2사회부장)
"먼저 삼성그룹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제가 힘이 모자라면 대통령의 힘을 빌려서라도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전주 덕진 재선거 출마 여부로 논란이 한창인 이 때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정동영 후보의 유세장면이 불현듯 떠오른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전주 덕진 조직책으로 선정돼 일찌감치 재선가도를 확정지은 정동영 후보가 전주종합경기장 앞 길거리 유세에서 밝힌 전주시민과의 첫 약속이었다. '전주의 희망'으로 떠오른 정 전 장관은 15대에 이어 16대에서도 전국 최다득표를 차지했다. 한국 총선사상 2회 연속 전국 최다득표라는 기록은 정 전 장관이 처음이었다. 더욱이 16대 총선기간중 절반이상은 타 지역 지원유세에 나섰음에도 전주시민은 그에게 압도적 지지와 애정을 보냈다.
정 전 장관은 선거결과에 대해 전주시민에게 거듭 고마움과 감사를 표했다. 정치적 포부와 비전도 제시했다.
"선거운동기간 절반가까이 비웠지만 너그럽게 이해 해주고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준 것에 대해 무엇으로 보답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전주시민의 힘을 바탕으로 더 큰 정치, 더 강한 전주를 만들어 가는데 헌신하겠습니다. 더 이상 전주의 절망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전주에 산다는 것이 자랑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전북출신 첫 대통령후보가 되었다. 그것도 집권 여당 후보로 대권에 도전했다.
그런 정 전 장관의 귀향과 관련, 전주시민 뿐만 아니라 중앙 정치권까지 찬반 논란이 첨예하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며 2차례 전주 덕진에 출사표를 내건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권후보가 텃밭에 안주해선 안된다" "큰 물은 큰 강을 이루듯 큰 일을 하려면 수도권서 뛰어야 한다" "금배지보다는 민주당 살리기와 국민의 마음을 추스르는 역할에 나서야 한다" 그의 귀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앞세우는 논리다.
반면 지지층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정치인은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선지자는 고향에서 환대받지 못하지만 정치인은 고향이 탄탄해야 하지 않은가. YS가 그랬고 DJ가 그랬던 것 처럼…"
모두다 정 전 장관을 아끼고 '그의 꿈'을 기대하는 충정에서 나온 이야기다. 하지만 말의 의미와 내면의 속뜻은 전혀 다르다. YS와 DJ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고향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것과는 분명 다르다.
그렇다면 전주의 자존심, 전북의 희망으로 우뚝 섰던 정 전 장관의 귀향 논란이 증폭되는 이유는 뭘까.
역시 허전함이다. 전주의 아들로, 전북의 자랑으로 똘똘 뭉쳐 세웠지만 절망이 컸기 때문이다. 큰 기대만큼이나 뻥 뚫린 정치적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한데서 비롯됐다.
지역구 이전설로 홍역을 치르던 16대 때 공천장을 쥔 정 전 장관은 이렇게 공천소감을 대신했다. "나를 국회로 보내주신 전주시민에게 '정동영은 무엇이었나. 무슨 일을 했는가'라고 자문해봤습니다"
재선거 출마결정을 앞둔 정 전 장관이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금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할 말이다.
/권순택(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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