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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상처만 남긴 성적공개 - 이성원

이성원(문화교육부장)

요즘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지역이름 중 하나가 '임실'이다. 몇 년전 방폐장 유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부안에 이어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매일처럼 새로운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방폐장 사태 때와 비슷하다.

 

방폐장과 마찬가지로 임실의 파장도 정부가 몰고 왔다. 거짓 자료를 보고한 임실교육청과 도교육청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잘못된 씨앗을 싹틔우고 전국으로 흩뿌린 것은 교과부다.

 

지난해 10월 전국 초·중·고생 학업성취도평가가 실시될 때까지도 정부의 방침은 표집 분석이었다. 시험은 해당학년 전 학생이 치르되, 분석은 예전처럼 전체 3%의 학생에 대해서만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과부는 지난해말 돌연 '표집분석'을 '전수분석'으로 바꾸었고, 전국 180개 교육청별로 성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임실교육청 박모 장학사가 "표집분석 대상학교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부 자료로만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기초학력 미달자를 중심으로 자료를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임실교육청에서 보고한 내용이 관내 모든 학교의 자료가 아니라 교과부 표집학교를 제외한 자료였기 때문이다.

 

교사가 답안을 옮겨 적고, 일선 학교에서 직접 채점하는 통계방식에 무슨 객관성과 공정성이 있었겠느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러면 교과부는 왜 성적공개를 무리하게 서둘렀나? 교원평가제를 밀어붙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쟁을 통해 우수학생을 길러내자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에도 '하향평준화' 우려를 들먹이며, 경쟁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우수'가 아닌 '기초학력 미달'이 관심이 됐다. 일반적으로는 우수/보통이상/기초학력/기초학력미달 4단계로 평가하지만, 교과부는 이번 발표에서 '우수'를 '보통이상'속에 숨겼다. 우수학생은 어차피 농촌보다는 도시에 많고, 그 격차는 상당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안병만 교과부장관은 "전국에서 가장 잘한 학교는 강남도 아니고 전북의 한 낙후지역"이라며 "기초학력 미달학생수를 줄이는데 우리나라 전체에서 제일 잘했다"며 임실 띄우기에 나섰다.

 

임실의 신화는 이제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제 우리도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누가 '기초학력 미달'에 관심이나 있었던가? '기초학력 미달' 최소화가 공교육이 책임지고 해결할 문제라는데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교과부의 관심은 애초부터 우수학생에게 있지 않았던가? 공교육이 맡은 최저선을 마치 최고인양 추켜세우면서 괜히 임실을 들먹이고, 농촌 주민들과 농촌 아이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만 남긴 것은 아닌지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바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꿰서 쓰지 못한다. 모든 일은 서두르면 동티가 나기 마련이다. 교과부는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성적을 공개하든, 교원평가를 하든 부작용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한 뒤에 실시해야 한다.

 

/이성원(문화교육부장)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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