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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대선후보의 모양새 구긴 정치행보 - 김원용

김원용(정치부장)

소리꾼 장사익이 지난 주말 전주에서 노래판을 벌였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000석 전 좌석이 매진되는 성황을 이루었다. 전주뿐 아니라 군산 익산 정읍 남원 등 도내 전역에서 그의 팬들이 그와의 만남을 기다린 끝에 공연장을 찾았다.소리꾼은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온몸을 무대에 불살랐다. 관객들은 열광했다. 열광은 오빠 부대의 외침이 아닌, 마음 저 밑에서 나오는 뭉클한 감동이었다.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장사익의 노래가 그만큼 위안이 되고 울림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정치판에는 왜 장사익의 공연가 같은 감동과 울림이 없을까. 뜬금없이 장사익 타령을 하는 것은 기자가 주말 공연장에서 본 풍경과 정치판이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공연장 주변에서 4월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들이 명함을 내미는 모습과, 바로 전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미국발 전주덕진 출마 선언을 보면서다.

 

유권자가 있는 곳에 후보들이 몰리는 것은 선거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어서 감동이니 뭐니 따질 감도 못된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의 출마는 다른 문제다. 집권당 의장에다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의 출마 선언에는 큰 울림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선의 아픔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홀연히 떠난 뒤 8개월여만에 정치재개를 선언하는 과정이 감동은 커녕 모양새마저 볼썽사나웠다.

 

"정치를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고향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만큼 고뇌하고 힘들었을지는 짐작이 간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정치 거물'답지 않게 그동안 전주 출마를 놓고 이리저리 재는 모습을 보였다. 벌써 오래전 덕진 출마를 위해 사무실까지 암암리에 구해놓고 옛 조직을 챙기는 작업을 한편에서 진행시킨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가 밝힌 대로 아침 생각, 저녁 생각이 바뀌며 이제야 최종 결심을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을 생각하고 전주지역 유권자를 생각한다면 일방통행식 출마선언이 가당치나 할까 싶다.'내가 갈테니 모두 비켜라'는'몽골기병'식 행보가 과연 그가 말한 초심으로 돌아가 몸을 낮추겠다는 출마자의 자세인지 의문이다. 지역의 여론을 겸허히 묻고 당지도부와 협의를 거친 후 출마 수순을 밟아야 그 진정성이 읽힐 것이다.

 

덕진 출마 명분 또한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서울의 지구당위원장을 버리고 전주 덕진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것부터 명분이 약하다. 필요할 땐 '전북의 아들'을 외치면서도 막상 전북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도 지역에서는 많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약해진 그에게 고향 사람들에게 또다시 보약 한재 달라고 보채는 꼴이라고 한다면 너무 가혹한 말일까. 국가와 전북을 위해 많은 박해를 받고 돌아오는 '전북의 아들'이라면 고향은 따뜻한 품이 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고향을 개인 정동영의 정치적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면, 지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보다.

 

정 전 장관은 지난 주말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정동영이가 자리 하나 꿰차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진정 더 큰 세상을 향하는 통로를 생각했다면, 이번 덕진 선거가 아니었어야 한다고 본다.

 

장사익은 커튼콜을 받으며 3곡의 노래를 선사했다. 관객들은 그 후에도 좌석을 쉽게 뜨지 못했다. 커튼콜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과 당이 어려움에 처해 정 전 장관을 절실히 필요할 때까지 좀 더 기다리릴 수 없었는지 안타깝다.

 

/김원용(정치부장)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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