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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새삼 유성엽을 떠올리는 이유 - 김성중

김성중(편집부장)

2006년 1월 25일. 그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는 뉴스가 터진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던 유성엽 정읍시장이 도지사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선언 한 것. 그 때 열린우리당의 도지사 후보 경선은 강현욱 지사와 김완주 전주시장의 대결 구도였다. 그런데 첫 임기를 다 마치지도 않은 유 시장이 '용들의 전쟁'에 동참하겠다니.

 

출마 선언 뒤 기자를 찾은 유 시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아버지'였던 김원기 국회의장을 찾아갔고 김 의장은 출마를 만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왜 출마하느냐'고 묻자 '정치적으로 잃는 것 보다 얻을 게 더 많다'고 설명했다. 정치 신인으로서 '큰 게임'에 나가면 자신의 야망을 이룰 정치적 자산을 쌓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후 강현욱, 김완주, 유성엽은 도지사 경선 룰을 놓고 시시각각 대립했고 중앙당은 그들을 서울 모처로 부른다. 그래도 언쟁이 계속되자 당의장은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로 세 사람을 초청한다. 의장과 사무총장은 이들에게 원만한 합의를 주문했지만 모두 얼굴만 붉힌 채 의장실을 나선다. 강 지사는 끝내 당사에 가지 않았고 출마를 접는다.

 

결국 유성엽은 김완주와의 1대1 대결에서 진다. 여기까지만 해도 도민들은 유성엽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북에 패기 넘치는 인물이 났다'는 표현도 나왔다. 유성엽은 그가 원했던 정치적 자산을 쌓아 가는 듯 했다.

 

문제는 그 다음. 경선에서 진 그는 법원에 '(김완주후보)공천효력중지가처분'을 신청한다. 또 상대 후보를 검찰에 고발한다. 정치적 금기 사항인 '경선 불복, 공천 불복'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자 여론은 급격히 유성엽을 떠난다. 그리하여 그는 정치적으로 참 많은 것을 잃게 된다.

 

하지만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 세월이 흘러 2008년 4월 총선. 정읍 김원기 국회의원은 '정치적 양자' 유성엽을 외면한다. 여론조사에서 절대 우세했던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던 이유는 이렇다. 자신의 만류를 뿌리치고 도지사 경선에 나간 일은 그렇다 쳐도 2년 전 정읍시장 선거에서 유성엽이 훼방을 놓아 민주당 후보가 낙선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배신감'의 발로다. 그러나 유성엽은 총선에서 김원기의 대리인을 꺾고 여의도에 입성한다. 정읍 민심이 '미우나 고우나 내 고장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다시 1년이 흐른 지금. 정동영의 4.29 재선거 덕진 출마 선언에 민주당과 전주가 찬반으로 시끄럽다. 결론은 예측불허다. 확실한 점은 여론조사 결과 전주 민심이 '미우나 고우나' 정동영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창당 주역을 자처한 그가 공천을 못 받고 무소속 출마한다면 이 또한 당명 거역이요 공천 불복이다. 앞서 말한 정치적 금기다.

 

되짚어 보자. 김완주, 강현욱, 유성엽이 도지사 공천을 놓고 갈등할 때 '당사 회동'을 주재했던 당 의장이 정동영이다. 유성엽이 낸 공천효력중지가처분 상대방이 바로 정동영이다. 의장 시절, 공천신청자는 당의 뜻을 따라야 한다며 선거를 지휘했던 사령탑도 정동영이다.

 

이제 그가 공천을 주던 '갑'에서 공천을 받아야 하는 '을'의 입장이 됐다.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갑' 정세균 대표와 '무소속 불사'를 벼르는 '을' 정동영. 참으로 아이러니다. 이렇게 정치는 돌고 돈다. 새삼 유성엽을 떠올린 이유도 그래서다. 반전하는 정치와 오늘날 민주당 상황을 곱씹어 보면 유성엽의 복당에 돌을 던질 자 없지 않은가.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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