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전북겨레하나 사무처장)
예고했던 대로 북이 은하 2호를 발사했다. 지난 2월 24일 우주공간기술위원회를 통해 시험통신위성 발사 준비 중임을 밝힌 북은 국제우주조약에 가입하고 국제해사기구(IMO) 등에에 발사 기간과 예상 위험 지역을 통보하기도 하였다. 이전과는 달리 나름대로 공개적이고 합법적인 모양새를 갖추고자 했던 점이 돋보였다. 오히려 혼란스러웠던 측은 주변국들이었다. 그들은 북이 발사할 것이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를 두고, 혹은 안보리 결의안 1718호의 위반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대응책에서도 요격, 제재 등의 강경책부터 북의 우주 개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유연책까지 분분하였다.
이 가운데에 북의 로켓이 드디어 하늘로 치솟았고 이제 국제사회는 제 2의 논쟁 마당으로 들어선 듯 하다. 논쟁은 여전한 혼란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발사 직후 거의 대부분의 언론사가 위성이 맞다고 보도했는데 저녁을 지나고 나서는 확실치 않다고 바뀌었다. 북은 위성이 돌고 있는 궤도와 주기를 상세히 밝히며 성공을 자축한 반면 한미 당국은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사실 국제사회에서는 북에 대해 늘 이중 잣대를 적용해온 경향이 없지 않다. 북을 제외한 어떤 나라도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개발하여 발사했다고 해서 이렇게 집중적으로 야단맞고 벌을 받지는 않는다.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받아온 이란도 지난 2월 위성을 발사했지만 유엔 차원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는 북의 로켓 은하 2호가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으며 북이 소형 핵무기를 그 끝에 매달아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상상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제재나 군사적 대응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이미 부시정부가 실패했던 정책이다. 따라서 오히려 이 시기에 적극적인 북미협상에 나서서 핵문제, 미사일 문제, 양국간 관계 정상화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가 2006년 핵실험 때와는 달리 북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특히 발사일을 기점으로 단행할 예정이었던 "PSI 정식 참여" 발표가 일단 연기되었는데 이는 유보가 아니라 아예 취소되어야 한다. 이미 북은 3월 30일 남측의 "PSI 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 하였고 이명박 대통령도 군사적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PSI 참여"는 당연히 군사적 대응이다.
오히려 정부는 이 시점을 그동안 막혀왔던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이 북이 오바마 정부와의 협상력 제고라는 목적과 더불어 4월 9일로 예정된 12기 최고인민회의 개최와 김정일국방위원장 3기 체제의 성공적인 출범이라는 내부 목적으로 위성 발사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 목적을 달성한 지금 이후가 북의 입장에서는 대외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정비할 시기가 될 것이다. 미국도 위성 발사 이전에 보스워즈 특사를 보내고자 했지만 북의 이런 사정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도 이 시기야말로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대화를 시도할 때로 보여진다.
냉전적 감정에 사로잡혀, 혹은 정치적 계산에 의해 이 국면을 대결과 위기 고조의 방향으로만 이끌어간다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도 있다. 정부의 현명한 대응을 기대한다.
/김성희(전북겨레하나 사무처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