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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지금은 고대 로마가 아니다 - 김재호

김재호(정치경제부장)

4.29 재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에게 주어진 법정 선거운동이 9일 남았고, 유권자들은 하루 정도 더 생각할 시간이 있다.

 

지난 16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후보들은 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장소를 선점, 선거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어진 선거운동기간이 13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호가 딸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자신에게 기표하도록 유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교차로 확성기 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에게 친숙한 대중가요를 개사한 선거 로고송은 확성기를 통해 뿜어져 나와 시민들의 귀를 따갑게 하고 있다. 사실 심각한 소음공해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길 가던 시민, 집안일 하던 주부, 사무실에서 일하던 회사원들이 불쾌함을 드러내지 않고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에서 선거는 대의정치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정치적 행위를 대신한다. 이 때문에 대의정치 제도가 생기면서 수많은 나랏일을 결정하는데 모든 국민이 일일이 참여할 필요가 없어졌다.

 

선거를 말하면서 로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기원전 로마 공화정 시절, 두 명의 집정관이 지명한 의원들로 구성된 원로원이 정치를 주도했다. 그 두 명의 집정관은 시민들이 직접 투표로 선출했다. 집정관 직선제도는 처음 로마가 조그만 도시국가였을 때는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로마가 주변지역을 정복해 투표권을 가진 많은 평민들이 로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게 되고, 이 때문에 로마까지 걸어가 투표하기가 힘든 상황이 생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로마는 지역구별로 투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요즘처럼 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당시 사정상, 로마시내에 사는 시민 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집정관이 되기 위해 표가 필요했던 야심찬 부자, 귀족들은 가난한 유권자들에게 뇌물을 주고 표를 샀다.

 

아이러니하게도 2000년 이상 지난 현대 민주사회에 로마 집정관 후보들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고대 로마인들처럼 사실상 매표행위를 공공연히 한다. 선거법이 엄격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론 계획적 범행도 많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법을 위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0년 전 로마시대 부자들이 써먹던 반칙을 21세기에 적용하는 것은 넌센스 아닐까. 당장 1년전 치러진 18대 총선만 보자. 후보가 당지도부에 거액을 제공하고 의원직을 돈으로 샀다가 적발됐다. 전주 완산갑과 덕진에서는 선거구민에게 기부행위, 향응제공행위 등 선거법을 위반한 국회의원 2명의 당선이 무효됐고, 결국 재선거를 하느라 난리법석들이다.

 

전통적으로 재선거 투표율은 낮다. 이 때문에 유권자를 적극적으로 투표소로 '모시는' 과정에서 반칙이 개입할 여지도 상존한다. 시민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투표에 임하고, 후보들의 반칙도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선거에 무관심하고,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가 많을수록 조직력이 강한 후보가 유리하다.

 

하지만 투표율이 높을수록 특정 후보의 반칙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지금은 고대 로마시대가 아니다. 투표소가 한 곳에 있던 로마가 아니다. 동네에 투표소가 있다. 지금 당장 투표하는 날 '29일'에 동그라미를 치자.

 

/김재호(정치경제부장)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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