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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지역축제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 이길형

이길형(CBS방송본부장)

이렇다 할 특산물도, 관광자원도 없던 전남 함평군이 해마다 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며 '관광 함평'으로 이름값을 하고 있는 것은 순전히 <나비축제> 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입장료 수입만으로 100억 원을 벌었다고 하니 축제의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전국은 지금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을 맞고 있다. 뉴스와 광고를 통해 하루걸러 새로운 지역축제들이 소개되면서 축제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계절적으로 봄가을에 축제가 몰릴 수밖에 없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행사들이 과연 진정한 축제의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의문이 든다.

 

전국에서 1년 동안 펼쳐지는 축제 행사는 천여 개 가까이 된다는데, 이 가운데는 이름도 내용도 비슷비슷한 축제가 상당수에 이른다. 축제에 벚꽃이나 진달래, 철쭉, 단풍 같은 이름을 붙인 것이 수십 개이고, 사과, 딸기, 수박, 주꾸미 등 지역의 특산품 이름만 붙인 축제도 수두룩하다. 전북도 예외가 아니어서 해마다 50여 개의 지역축제가 펼쳐지고 있고, 이 가운데 4분의 1 가량은 단순히 특산물 위주의 행사라고 한다.

 

물론 축제가 지역 홍보와 더불어 지역민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자긍심과 애향심을 고양시키는 긍정적 의미가 없지 않다. 그렇지만 요즘의 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에 그치지 않고,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 효과 창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일반적 추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다 할 차별성을 찾을 수 없는 행사가 난립하다 보니 축제가 다양한 역사와 문화체험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는커녕 여전히 먹자판, 놀자판 아니냐는 눈총을 사고 있어 안타깝다.

 

철따라 바뀌는 자연환경의 볼거리나 특산물을 보고 즐기는 행사라면 굳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나서서 '축제'라는 거창한 명칭을 쓰지 않더라도 주민들이나 관련 단체들이 직접 홍보하고 가꿔나가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몇 년 사이 우후죽순처럼 축제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지역별 경쟁 심리도 있겠지만 민선이후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홍보와 치적을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같은 단체장 얼굴 내밀기 행사에 자치단체들이 막대한 선심성 예산을 지원하고 있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오죽하면 자치단체가 자발적으로 축제지원 예산의 비율을 낮추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중앙정부의 개선방안까지 나왔겠는가.

 

나비축제를 성공사례로 일군 함평군은 행사를 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군민소득 증대를 위해 유채꽃 축제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유채꽃으로는 경쟁력과 차별화를 기할 수 없어 친환경지역임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나비를 테마로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나비축제는 지금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지역의 대표적인 명품축제로 자리 잡았고, 이것은 함평군의 주요 소득원으로 막대한 경제적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이제는 지역축제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겉치레만 요란한 알맹이 없는 축제를 연례행사라고 해서 계속할 필요는 없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추지 않은 축제는 과감히 줄이고 역사와 문화, 체험이 어우러진 대표축제, 명품축제를 육성해야 한다. 이제라도 자치단체와 전문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존의 축제를 세밀하게 재점검하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이길형(CBS방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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