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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바보"들 때문에 행복하다! - 김신재

김신재(icoop 전주소비자생협이사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져있다. 나 역시 노사모 회원도 도 아니고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밥을 못 먹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우울했다. 밀짚모자를 쓰고 봉하의 논두렁을 달리던 농부 노무현의 꿈과 포부를 접하고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

 

한국 유기농업의 메카, 홍성 풀무학교 교장을 지내셨던 홍순명 선생님이 노전대통령의 서거에 즈음하여 생전의 일화를 전해오셨다. 사실 나는 노 전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로 내려가 오리농 한다고 했을때 "쑈"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홍순명 선생의 글에서 농부 노무현의 꿈과 포부를 알 수 있었고 그 분의 진정성만큼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선생님의 글에서 "지난해 한국에서 오리농사가 모두 중단된 가운데 유독 봉하 마을에서 대통령님이 오리농업을 시작하신 동기가 무엇입니까?" 라고 묻자 노전대통령은 일, 이초쯤 있다가 짤막하게 대답하였다고 한다. "그게 원칙이니까요." 라고.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던 정치인으로서의 꿈이 농사 철학에서도 그대로 묻어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서 순리대로 생산한 농산물을 만드는 것, 그것이 원칙이기에 오리농을 시작했다는 말이리라. 그때 그는 오리농을 하고자 주민들과 수로를 만드는 작업, 오리농의 보완책으로 논의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주민들과 협의하고 진행하고 있었다 한다. 이제 그의 이러한 꿈과 노력이 어떠한 모습으로 열매 맺을 것인지 갑작스런 죽음으로 가늠할 수 없게 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노무현 생산자가 있는 봉하의 논으로 도시 소비자들이 손모내기 체험 행사를 갈 수도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아쉽다.

 

작년 완주 고산에 있는 논생물 다양성 농법 시범 논에서 소비자들이 논 생물 조사활동을 벌였다. 한 달에 한 번씩 도시 소비자 조사단이 와서 시범 논에서 논과 논주위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조사를 진행하였다. 논흙에 살고 있는 실지렁이와 깔다구 개체수를 세고 수로와 둠벙에 서식하는 생물들을 조사하는 소비자들이 신기했던지 마을 주민들이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 뭐하는 거냐고 묻곤 했다.

 

대부분의 동네 주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저 사람은 저 논에 벼를 심어 자기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혀를 끌끌 차는가 하면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동네 주민들에게 바보로 통하는 그는 아이 셋을 키우며 냉장고도 없이 생활하는 궁핍한 살림이었음에도 더 많은 소출을 얻고자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뿌리는 농사를 하지 않았다. 당장의 이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들이 살아나갈 미래의 농업과 환경을 생각할 때 그것은 바람직하지않다고 생각하셨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당신 논에 와서 조사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격려해 주셨다. 논농사를 지음으로써 쌀을 수확할 뿐만 아니라 생물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어 다양한 생물종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논 환경을 창조하는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다는 자부심에 마냥 뿌듯해 하시는 그 분을 보며 나의 삶을 돌아보게도 되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질것을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타협하지 않아서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웠다. 온갖 특권과 반칙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고집스럽게 자기 원칙과 철학을 지키며 사는 일은 어쩌면 바보 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농약치고 비료치면 쉬운 것을 고집스럽게 수고로움을 마다않는 어려운 농사를 십 수년간이나 계속해온 생산자들은 정말 바보들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바보들이 있어 이 세상은 살만한 것이 아닐까? 이 땅의 수많은 바보들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

 

/김신재(icoop 전주소비자생협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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