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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 - 김성중

김성중(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처음으로 '타향에서' 칼럼을 쓰게 되면서 타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타향'이란 말은 어쩐지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익숙한 고향 산천을 떠나, 따뜻하게 정을

 

주고받던 고향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고적하게 살아가는 '타향살이'란 얼마나 서럽고 고통스러운가. 고향을 떠나 객지에 나가 사는 것만도 그러할진대, 고국마저 떠나 타국을 떠도는 신세란 더할 나위 없이 외롭고 불쌍하고 쓰라릴 것이다. 그런데 돌아보면 고향에 사는 분들도 타향살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딴 지역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 아니라, 낯설고 물선 머나먼 딴 나라에서 온 사람들… 바로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주부들이다.

 

필자는 지난해 노사정위원장으로 재임하다가 사의를 표명한 뒤, 무엇을 하고 살까 고민했었다. 학교를 마치자 바로 공직을 시작한 후 어언 32년 세월이 흘렀고, 장관급 위원장까지 하면서 좋은 대우를 받았으니 이제부터는 무엇인가 갚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타향살이'를 하면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돕는 일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작년 8월부터 구로동에 있는 한국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에 나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상담을 시작하였다.

 

막상 맞닥뜨려보니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부끄러운 일들이 많았다. 불법 체류자라면서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가 하면, 임금 50만원을 2년째나 주지 않는 사업주도 있었고, 여권을 압류하고 합숙소에서 도저히 먹기 힘든 음식을 주면서 반노예처럼 부리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폭행, 사기, 강도, 강간… 심지어 어떤 사람은 조선족 처녀와 결혼하고 난방도 안 되는 골방에 가둬두고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수시로 구타하는 경우도 있었다. 차마 지면으로 옮기기 힘든 여러 경우를 상담하면서 너무나 부끄러웠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오늘의 부를 이룩하였는가… 목숨을 걸고 월남에 가서 노동을 하고, 독일에 가서 광부로 간호사로 고생하고, 열사의 중동에서 돈을 벌어 그를 재원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았는가. 그게 불과 얼마 전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불쌍한 외국인들을 종처럼 부려도 된다는 것인가. 가난한 죄로 이역만리를 날아와 낯선 남자를 남편으로 맞아들이고 한 평생을 살아가려는 여인네들을 학대해도 된다는 말인가. 얼굴색이 검다고, 못사는 나라 사람들이라고 천대해도 되는가. 앞으로 십여 년 후면 다문화가정에서 낳은 아이들이 휴전선에 가서 나라를 지켜야 할텐데….

 

어차피 이제는 단일민족을 내세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지구촌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세상. 우리 모두 또한 인생이란 낯선 곳을 여행하다 가는 나그네 아니던가.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더욱 가깝게 여겨주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는 열린 마음이 간절히 필요한 때 같다.

 

/김성중(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 김성중씨는 전북대를 졸업, 미 cornell대학교 경제학석사, 원광대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동부 근로기준국장, 고용정책실장, 기획관리실장등을 거쳐 노동부 차관,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고문,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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