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타향에서] 문학을 알면 후회하지 않는다 - 김년균

김년균(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고향을 떠나온 지 40년이 넘는다. 이쯤이면 변할 법도 한데, 고향에 대한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 '고향의 산천은 어떠한 이름난 명승지보다도 아름다운 곳이다'(조지훈)고 했는데, 그래서일까. 가난밖에 모르던 시절, 쪽박처럼 해진 몸뚱이로 철없이 천방지축 놀아대던 기억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겨울의 눈내리는 밤이면, 마을 어른들이 조그만 내 집을 찾아와 밤참을 들며 새벽까지 <춘향전> <흥부전> <장화홍련전> 등을 노랫가락에 맞춰 구성지게 읽어주던 기억이 새롭다. 그것이 씨앗이 되었던지 나는 문학의 길로 들어섰고, 평생을 글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문학은 인간의 삶을 천착하는 예술이다. 문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지혜와 깨달음을 준다. 문학작품 속에 담긴 아름다움과 향기로움, 문학작품 속의 기이한 사건과 행동, 문학작품 속에 흐르는 정신과 사유는, 어느 누구도 겪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다. 작가가 창조한 픽션인 까닭이다. 그러한 세계를 경험하면 상상력이 발달하고 창의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문학의 가치요 힘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나 <오디세이> 는 쓰여진 지 3천년이 지났지만, 오늘도 그 작품이 우리들의 책장에 꽂혀있다. 왜 그럴까. 작가는 죽어도 작품은 죽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깨어있는 나라는, 그 나라의 문호들이 살던 집, 작품 배경지, 작가의 육필이나 유품 등을 귀한 보물로 여기고, 그 보물들을 영구히 보존한다. 그러면 세계의 이방인들이 구경하려고 몰려든다. 나라의 위상도 높이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실제로 문호의 유품 하나가 온국민을 먹여살리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것을 깨달았던지, 유명작가의 문학관을 짓거나 명작의 소재를 본뜬 테마마을을 만드는 일들에 요즘 붐이 일고 있다. 기대가 부풀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한다. 통계를 보면 1년에 책을 한권도 안 읽는 국민이 대다수라고 하는데, 그게 잘될까 생각하니 웬지 불안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현명하므로, 잘될 거라고 믿고싶다. 한국문인협회가 벌이는 '책, 함께 읽기' 캠페인도 그를 위한 문학운동의 일환이다.

 

공자는 아들에게 '시(문학)를 모르면 앞이 막힌 것과 같다'고 했다. 이광수는 평론에서 '문학은 오락이 아닌 종교'라고 했고, 파스퇴르는 편지에서 '문학은 과학의 위를 날은다'고 했다. 영국인들은 세익스피어 하나를 놓고서도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문학은 그만큼 위대한 '인류의 스승'이다.

 

고향을 떠나온 지 40년이 넘었는데, 이제와서 무슨 푸념이냐고 꾸짖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번 고향을 가졌던 사람에게는 지을 수 없는 흔적이 남아 있어 피를 따라 그것이 되살아나온다'(池明觀)고 했다. 몸에서 피가 멈추지 않는한 마음에서 떠날 수 없는 곳이 고향이기도 하다. 시골의 초가집 호롱불아래서 어른들이 읽어주던 소설이야기에 감동을 받던 아이, 그 아이가 가슴에 꿈을 품고 서울에 올라와 평생 문학과 함께 살면서 깨달은 생각을 한마디 전하고 싶다. "문학을 알면 후회하지 않는다."

 

 

/김년균(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장)

 

 

▲ 김년균 시인은 전북 김제 출생으로, 1972년 「현대문학」(수필)과 「풀과 별」(시)을 통해 문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 「하루」「그리운 사람」 등 11권, 수필집으로 「날으는 것이 나는 두렵다」 등 2권이 있다. 한국현대시인상, 예총예술문화대상, 윤병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도농 상생 한마당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싹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