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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FTA와 우리의 농촌 문제 - 김상국

김상국(경희대 교수)

얼마 전 우리나라와 EU간 FTA가 체결되었다. 그런데 과거 우루과이라운드와 한미 FTA 때에 비해 너무 조용한 것이 놀라웠다. 비정규직 문제, 미디어법, 북한의 로켓트 발사 등 굵직한 문제에 덮혀 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와는 너무 달라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앞으로 있을 한중 또는 한아세안 FTA와 연관하여 우리는 UR과 FTA가 우리경제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UR을 설명하도록 하자. 우루과이라운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쌀의 문제 또는 농수산물의 문제만이 아니다. 쌀과 농수산물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사실 UR은 우리생활 모든 분야에 철저하게 영향을 미치는 대단히 중요한 협상이다.

 

우리나라와 아세아권을 휘몰아 쳤던 IMF 경제위기도 상당부분은 바로 UR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UR을 아주 짧게 본질만 설명한다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우리가 돈을 주고 사고파는 모든 상품에 대해서, 관세 7%를 제외하고는, 자유무역을 방해하는 모든 제약을 없애 달라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그 나라가 세계 최고의 국가인 미국이든 아프리카에 있는 콩고이든 관계없이, 그것이 쌀이든 자동차든 상관없이, 관세 7%만 내면 자유스럽게 아무나라에서 어떻게 사업하든 관계하지 말라는 협정인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은 콩고에 판매할 상품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콩고가 미국이나 일본에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우리는 흔히 FTA와 UR을 별개의 문제로 생각한다.

 

그러나 UR과 FTA는 모두 자유무역을 확대하자는 것이고, 다만 FTA는 UR 보다 더 넓게 자유무역을 허용하자는 것일 뿐이다. 즉 7%의 관세까지도 없애거나 UR에서 제외됐던 품목도 개방하자는 내용이다. 언뜻 생각하면 FTA는 우리경제에 나쁜 영향만을 미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한일 FTA와 농촌의 경우에는 한중 FTA의 농산품 규정을 제외하고는 우리경제에 오히려 플러스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훨씬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FTA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하느냐인 것이다. UR과 FTA를 더 간단히 줄여 설명하면 "국내시장이나 국제 시장을 불문하고 관세 7%와 운반비를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나라가 세계 어느나라에서 장사를 해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한가지, 우리 상품이 경쟁력이 있냐는 것이다. 농산품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우리는 농촌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였지만 그래도 우리끼리 경쟁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버틸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우리와는 다른 품목으로, 우리보다 훨씬 더 넓은 땅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과의 직접경쟁인 것이다. 가장 간단한 것은 오렌지 값을 생각해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오렌지를 생산하면 지금 시장에서 팔리는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자.

 

그러나 경제의 묘미는 한미, 한칠레 FTA가 체결되었지만 우리의 감귤농사나 우리의 포도농사가 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즉 도전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오히려 더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래 농촌을 살리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농산품의 가격을 바로 높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농촌의 수입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은 있다. 우선 최종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에서 직접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인가를 살펴보자.

 

도시에서 삼천원에 팔리는 배추가 생산지에서는 상차비도 안 나오는 것이 문제이고, 힘들여 키운 유기농산품이 판로가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가 농산물을 먹고 살 수밖에 없는 한 농업은 영원한 부밍비지니스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생산한 농산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팔릴 수밖에 없는 농산품(農産品)이 아닌 농상품(農商品)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각종 연구소 그리고 농민 모두의 노력이 바로 여기에 집중되어야 한다.

 

/김상국(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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