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새벽메아리] 조두순사건과 나영이사건 - 이윤애

이윤애(전북여연 공동대표)

두 사건은 동일한 사건이다. 항거불능의 8세 여아를 화장실로 끌고가 무자비하게 신체를 훼손하면서까지 성폭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증거를 인멸하려 시도한 흉악범죄 사건이다. 피해아동 나영이는 현재 생식기와 항문의 80%이상이 훼손되어 치료를 받고 있으나 영구장애상태로 평생을 살아가야 된다고 한다.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음에도, 법원은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저질러진 범행으로 간주하고 '심신미약 감경'조항을 적용시켜 고작 12년형을 선고하였다. 용의주도하게 증거인멸을 시도한 점을 보면 어디에도 술취한 흔적은 없었다. 더욱더 참을 수 없는 것은 12년 징역이 과하다며 흉악범 조두순이 항소를 했다는 뻔뻔함이다. 여기서 드러난 현상이 흉악한 성폭력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법감정이고 의식수준이다. 이 사건을 우리는 성폭력범죄자 이름을 붙여 "조두순사건"이라고 명명하기로 하였다.

 

실제 아동성폭력 사건은 10% 미만의 사건만이 신고되고, 그 중에서 증거불충분으로 일부에 대해서만 기소가 이루어지고, 또 일부에 대해서만 유죄판결이 내려진다. 법원의 판결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최저형량을 적용시키거나, 조두순사건처럼 피해자의 피해정도에 비해 낮은 형량의 판결을 하는 것이 사법현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피해자나 그 가족들이 사건을 신고하고 수사과정에서 겪는 2차 피해이다. 피해아동이 성폭력 피해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피해사실에 대한 반복적인 진술과 4~5세 되는 아이들에게 조차 진술내용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증거채택이 안되고, 가해자와 대질심문을 시키고, 법정에 세우는 등 어린아이들의 악몽을 반복해서 재현시키는 과정이 돼버리기도 한다. 일련의 과정들에서 오는 2차 피해의 두려움으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가해자들에 대한 단죄를 포기하고 만다.

 

처벌강화론 만으로는 사태가 나아지지 않는다.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법집행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아동성폭력에 대한 무지와 안이한 판결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두 번 울렸던 것이다. 형량을 높이겠다고 벼르기 보다는 아동성폭력의 피해증상과 후유증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집행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수준을 높여내는 일이 급선무이다. 또한 음주 후 범행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대함이다. 물론 음주가무가 우리민족의 놀이문화 형태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아닌 술이 저지른 잘못이기 때문에 용서해야 한다는 사회적 함의는 변경되어야 한다. '술마시고 저지른 범죄는 가중처벌 되어야 한다.'로 규정하고, 음주문화에 대한 사회적 정의도 사회변화에 걸맞게 다시 내려져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조두순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에서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수준 높은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형량의 문제, 수사절차상의 문제, 피해자 후유증의 문제, 가해자 교정문제, 성폭력예방 시스템 등. 무엇보다도 그동안 피해자 이름을 붙여 사건을 명명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가해자 이름으로 명명하자는 사회적 합의는 성폭력 사건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 성숙해 가는 과정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보여주는 사회적 호들갑이나 정치인들의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에 대한 우리사회의 진정성으로 결실되기를 바란다.

 

/이윤애(전북여연 공동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도농 상생 한마당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싹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

사건·사고익산 초등학교서 식중독 의심 환자 18명 발생⋯역학 조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