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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 - 김성중

김성중(前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오래전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부자인가 하는 주제였다. 얼핏 얼마나 돈을 가져야 부자일까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담당 교수는 미국에서는 돈이 동서들보다 많으면 부자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위 사랑은 장모'란 말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때 가족들이 모이면 장모가 이리저리 사위들을 비교하곤 하는데 그때 동서들보다 돈이 많으면 부자라는 실감이 난다는 것이다. 부와 지위에 대한 것은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이고, 규모보다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필자는 얼마 전에 너무나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인천의 모 영세업체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찾아왔다. 필자가 감히 사장을 바꾸라 할 수도 없어서 경리를 담당하는 직원을 바꾸어달라고 했더니 젊은 여성이 전화를 받자마자 '아저씨가 뭔데요?' 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자원봉사하는 사람이라 말하고, 그 외국인근로자를 아느냐고 물었다. "'걔'를 잘알지요" 하길래 밀린 임금을 주도록 종용하자 '안주면 어쩔 건데요?' 하고 쏘아붙인다. 너무나 어안이 벙벙해서 사장님한테 보고하면 될 터인데 왜 그러느냐, 법대로 임금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했더니 '아저씨나 잘 하세요' 하고 전화를 끊는게 아닌가.

 

세상에… 딸보다도 어린 사람한테 이런 수모를 다 당하다니, 너무나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문득 나이 먹은 내게 이럴진대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에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세한 업체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의 월급도 그다지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보다 나이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걔'라고 하대하며 욕하고 부려먹고 혼내어도 된다는 것인지….

 

사람들은 자기 우월감으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때로 길에서 '내가 누군데?' 하고 소리 지르며 싸우는 사람들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진정 훌륭한 사람들은 남을 깔보거나 지배하려 하지 않고, 남들에게 더 잘 대해주려 애를 쓰는 것을 많이 보았다. 오히려 별로 잘나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이 남보다 조금 우월한 위치에 있다하여 남을 괴롭히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민주국가가 발전하게 된 것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배려하고 돕는 의식이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직까지 여성에 대한 참정권도 없었을 것이고, 어린이들은 사람 취급도 못 받았을 것이며,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격리되고 말았을 것이다.

 

외국인근로자에게는 이름도 부르지 않고 이놈, 저놈 하면서 욕을 하는 사업장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어는 욕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자기나라에서 뛰어나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귀국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들의 인격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들이 한국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게 되면 한류열풍도 확산되고 우리나라의 수출도 확대되기도 할 것이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 대한 작은 배려가 너무나 아쉽다.

 

/김성중(前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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