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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지역방송이 사라진다면 - 최성은

최성은(전주 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최근 미국에서는 국내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미디어관련 법안이 있다. 일명 지역공동체라디오 법안(The Local Community Radio Act)이다. 이 법의 요지는 기존의 상업적 라디오 주파수와 인접한 최소거리 주파수 규정을 삭제해 많은 지역에서 공동체라디오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 달 미 하원 소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고 전체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런데 법안도 법안이지만 이 법안의 배경이 되는 내용에는 최근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디어 관련 논의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바로 미디어 소유권 완화로 인한 미디어 집중에 대한 폐해다.

 

미국의 경우 1996년 통신법통과로 미디어 소유 규제가 완화되었고, 이로 인해 거대 미디어 그룹들의 자유로운 인수합병이 가능해졌다. 이후 미국에서는 많은 지역방송들이 거대 주류미디어에 합병되었다. 이러한 통합의 결과 여론의 독과점이 심해졌다. 또 거대 미디어 그룹들은 재정을 줄이기 위해 지역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수 백개의 방송국을 위해 생산된 동일한 프로그램을 방송해왔다. 이로 인해 지역 중심 예술, 뉴스, 문화 등 다양한 지역프로그램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왔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면,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은 유력 정당으로서는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 후보를 선택했지만, 그의 연설을 방송한 것은 CNN등 케이블 방송 뿐 이었다. 지상파 네트워크 방송사들의 경우 오로지 한 방송국만이 14분동안 정규방송을 중단했고 나머지 주요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그의 연설을 듣는 대신 네트워크 재방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만을 방영했다. 이처럼 소수 몇몇 언론의 독과점은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두 번째 사례는 지역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나타났다. 2005년 미국에서는 카트리나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주류 미디어들은 지역 주민들의 생존을 외면했다. 피해지역의 주민들은 생존에 직결된 정보를 얻고자 했으나, 지역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음악방송을 보내 등 침묵으로 일관했다. 반면에 지역의 작은 공동체방송국만이 카트리나 기간동안 방송을 유지했고, 대피소의 수천명의 난민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음식과 식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실종자의 행방에 대한 소식을 다루는 등 지역민의 생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위 두 사례는 미디어 소유 집중으로 인해 소수 미디어의 네트워크국으로 전락하고 사실상 편성권을 갖지 못하는 지역방송국들이 지역적 가치보다는 얼마나 정치적, 상업적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 또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이러한 현실은 국내에서도 조만간 일어날 지도 모른다. 며칠전 있었던 헌재의 이상한 논리의 미디어법 유효 판결로 미디어 소유 집중 현상이 가속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소유 집중으로 인한 여론 독과점 현상은 이념적 가치를 뛰어넘어 지역 언론 생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지역의 목소리가 사라진다면 그 피해는 우리들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최성은(전주 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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