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지역 유지들을 불러 놓고 각종 기공식과 준공식을 거행하던 선거철 고질적 병폐가 도지고 있다. 김제에서는 부지매입은 커녕 보상합의도 안된 곳에 산업단지를 건설한다며 기공식을 열어 주민 반발을 사고 있다.
김제시 백산면 부거리 일대에 들어설 김제 자유무역지구 및 지평선산업단지(293만㎡=90만평) 기공식이 지난 20일 현지에서 열렸다. 올해 초 착공, 오는 6월쯤 분양한다는 계획을 갖고 추진되고 있다. 김제시내와 읍면 주요 길거리에는 기공식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일제히 나붙었다. 역시 선거철이 다가왔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날 기공식에는 지역 기관장과 정치인, 주민 등 1500여명이나 참석했다고 한다. 대부분 초청된 인사들이다.
그런데 토지 등 보상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공식을 강행해 말썽을 빚고 있다. 원주민들은 "보상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밀어붙이기식으로 기공식을 강행했다"며 "쇼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창우 주민대책위 부위원장은 "재정착할 수 있는 지원방안이 우선인데도 이주대책도 없이 돈 몇푼 쥐어주고 내쫒을려고 한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김제시와 사업시행사인 (주)지앤아이가 이런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것에 대해 분개해 했다.
산단 예정지인 부거리 마을은 450년 전통과 풍습을 간직한 마을이다. 그런 곳의 집과 땅을 어느날 갑자기 내놓으라고 하면 그냥 순순이 내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나마 지장물 조사때 원주민을 폭행하고도 사과나 면회도 없었고, 시행사 직원은 원주민과 "맞장을 뜨자"며 폭력진압을 시도한 앙금도 남아있는 터이다. 이런 마당에 땅 한평 매입하지도 않은 곳에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기공식부터 열고 나선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절차와 과정의 중요성에 있다. 산단을 조성할려면 토지보상과 주민 이주 및 생계 지원대책 등이 선결돼야 하고 삶의 터전을 내준데 대한 정신적 보상까지도 배려하는 게 마땅하다. 이런 절차를 밟은 뒤 기공식을 갖던지, 삽질을 하던지 하는 게 옳다.
산단조성의 효과가 큰 건 이해하지만 원주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발과 그에 따른 심리적· 물질적 보상은 사실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그럴수록 김제시는 전시행정에 눈 멀지 말고 주민입장을 헤아려야 한다. 중재노력에 최선을 다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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