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고 홍순성씨 이어 45년째 전통 방식
닥나무 껍질처럼 거칠어진 손. 어려서부터 해온 일이라 다른 일은 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에게는 전통한지를 지켜가는 자부심이 있다.
11일 전라북도지정 무형문화재에서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17호 한지장 기능보유자로 승격된 홍춘수씨(68·임실군 청웅면 구고리). 닥나무 껍질에서 한 장의 한지를 만들어 내기까지 백번의 손길이 필요해 '백지'라고도 불리는 전통한지를 그는 아버지 고 홍순성씨의 뒤를 이어 45년째 전통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완주에서 태어난 홍씨는 열두살 때 처음 종이 뜨는 일을 접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전주시 서서학동의 종이 공장에서 일을 배우면서 부터. 어깨 너머로 배운 일은 생업이 됐고, 이제는 큰사위 노정훈씨가 홍씨 뒤를 이으면서 가업이 됐다.
홍씨가 처음 전통한지를 만들 때만 해도 일상 생활에서 한지가 널리 쓰일 때였다. 홍씨는 1963년 임실군 청웅면에 청웅한지를 설립, 본격적으로 한지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색깔과 두께, 질감을 각기 달리한 맞춤형 한지를 만들어 팔았으며, 반응도 좋았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공장은 활기를 띠었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기계로 만든 한지가 등장하고 중국산·일본산 종이가 들어오면서 전통한지 산업이 쇄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지는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가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공 재료나 화학 약품을 섞어 사용하거나 기계를 대지 않았다. 오히려 천연 재료를 활용해 한지를 다양화하는 데 몰두했다. 황토를 반죽에 섞어 만든 벽지용 '황토지'와 단풍잎이나 김을 무늬로 끼워넣은 '단풍지'나 '김종이' 등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한 노력으로 1998년에는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및 노동부 기능전승자에 선정됐으며, 2006년 전북도지정 무형문화재가 됐다.
문화재청은 "홍춘수씨는 특히 전통한지 제조 기술을 전승, 우수한 종이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한지장 기능 보유자로 인정하게 됐다"며 "한지장의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이 그동안 어려운 여건에서도 오랜 기간 전승활동에 전념해 온 전승자들의 사기를 높이는 것은 물론, 전승환경에도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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