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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래톱이 자라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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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11월입니다. ‘산책하기 좋은 달’이라 이름한 북아메리카 인디언 수우족을 따라 걷습니다. 괄괄하던 세내〔三川〕가 한결 차분해졌습니다. 다가올 계절을 예비하고 있었음을 알겠습니다. 곳곳 모래톱입니다. 여름 내내 냇바닥에 켜켜이 모래를 쌓아 올렸던 것이지요. 내려앉았던 작은 새 몇 마리 인기척에 날아오릅니다. 화들짝 놀랐을 녀석들은 지나온 날들을 돌아봤을까요? 다가온 시절을 염려했을까요? 머지않아 저 모래톱에 발 붉은 철새들이 내려앉겠지요. 젖은 발을 말리며 시린 계절을 건널 테지요.

 

신독(愼獨), 남이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는 말이지요. 늦가을 세내가 남에게 관대하고 스스로는 엄격한 꼿꼿한 선비 같습니다. 그래요, 11월은 마른 몸피에 무명옷 하나 걸친 최소한의 계절입니다. 낙이불류(樂而不流) 애이불비(哀而不悲) 중용(中庸)의 달입니다. 냇물도 햇살도 딱 견딜 만큼입니다. 싸늘하지만 웅크리지 않겠습니다. 새들의 시린 발을 걱정한 모래톱, 건너편 성당 종소리는 뎅 뎅 내가 울리고 싶습니다.

육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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