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수(사회적기업 이장 대표)
얼마 뒤에 있을 지방자치선거와 관련하여 4대강 사업이 중요한 쟁점이 되어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적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도 찬반논쟁이 뜨겁습니다. 4대강 사업이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정치권의 한 쪽에서는 국민의 뜻과 다른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하여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이미 대통령 공약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읽기 시작한 한권의 책에서 해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더글러스 러미스가 쓴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입니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는 전쟁문제, 환경문제, 경제 성장문제, 정치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면서 우리가 진리처럼 여겨왔던 많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강요받거나 조작되었다는 것을 깨우쳐줍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더글러스는 민주주의는 국민에게 힘이 있다는 뜻이고 이는 사람들이 모여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이루어지는 것이라 정의합니다. 그런데 정치나 경제체계가 복잡한 국가적 범위에서는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국민의 참여와 결정을 대신하는 의회민주주의가 곧 민주주의라고 여기데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회민주주의는 미국의 독립전쟁 이후에 주정부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엘리트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 당시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반민주적이라 하여 반대에 부딪혔다고 합니다. 즉, 의회제를 만들고 미국헌법을 만든 엘리트들에 의해 민주주의라고 하는 정의마저 조작되면서 현재와 같은 의회제가 곧 민주주의라고 하는 등식이 성립되었다고 합니다. 의회제를 반민주적이라 반대한 것은 연방정부가 너무 큰 권력을 가지게 되고 권력의 중심이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지역적 공간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이 민주적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엘리트 중심의 민주주의가 바람직한 것이냐 국민들의 직접 참여와 결정이 더 폭넓게 이루어지는 민주주의가 더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굉장히 많은 일에서 참여와 결정과정에 쉽게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핵폐기장 건설사업, 서울광장의 사용 등 정부가 추진하는 많은 사업에서 국민뿐 아니라 사업이 추진되는 해당 지역의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 마저 참여가 배제된 채, 엘리트에 사업내용, 사업방식 등이 결정되고 맙니다. 그나마 이러한 국가적인 문제는 일부 민간단체 등에서 비민주적인 결정을 거부하거나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조금만 우리 일상을 되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우리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있지만 그래야 한다는 사실조차 간과하고 있는 듯 합니다.
지난 2006년, 민선 4기 지방자치 선거를 조그만 읍지역 주민의 한사람으로 겪어봤습니다. 군수는 지역의 일보다는 정치적인 공약을 제기하고 군의원 조차 우리 동네, 우리 마을의 일보다는 정치적인 이슈에 매달렸고 주민들은 그저 정치적 선호도에 따라 투표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이제 지방자치는 10년을 넘어섰고 다섯 번째 지역 일꾼을 뽑게 됩니다. 지금은 우리 동네에서부터, 내 주변에서부터 민주화를 이루어야 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생각이 국민의 생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풀뿌리 자치조직을 만들고 주민들이 원하는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우리 마을, 우리 동네에서 민주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6월 2일에는 그런 지역 일꾼을 선택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임경수(사회적기업 이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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