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언론인)
6월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후보자들이 선관위에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들어갔다.여야 정당 지도부가 저마다 승리를 위해 분주히 전국을 누비고 있다.이번 선거는 여야에게 지방권력의 다툼을 넘어 대선 때까지의 정치적 장래를 좌우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선거를 2주일 남긴 지금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지방선거가 정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서,야당의 지지가 여당을 앞서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하다.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야당이 앞서고 여당이 추격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하지만 최근까지 이루어진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호남과 충남에서만 앞서 있을뿐,나머지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등에 뒤지고 있다.특히 서울에서 아직까지는 크게 뒤지고 있고,그나마 경기도에서는 단일화 경쟁에서 져 후보자리를 군소정당 후보에게 내주었다.인천에서도 물론 뒤지고 있다.경기도의 단일화 후보도 한나라당 후보에게 뒤처져 있기는 마찬가지다.아직 선거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민주당으로서는 승리를 기대하고 있겠지만,만일 판세를 뒤집지 못하고 이대로 선거가 끝난다면,민주당에는 큰 패배가 아닐 수 없다.
현 정부가 출범한 뒤 민주당은 지지도에서 줄곧 여당인 한나라당에 크게 뒤졌다.도저히 지지를 끌어 올릴 방책이 없는 모양이어서,그것을 지켜보는 지지자들을 지치고 답답하게 만들었다.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까닭은민주당의 정치적 존재감이 뚜렷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야당 답게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내놓고 여의치 않으면 힘있게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되 성의를 다해서 설득력 있게 해야 옳은데,어딘지 좀 부족하고 희미하고 당차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애초에 민주당은 정체성의 문제 조차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상대당인 한나라당의 중진을 영입해서 당대표를 시켰으니 지지자들의 혼란감이 너무 컸을 것이다.민주당의 이런 비상식적 발상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는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미국에서 공화당의 중진이 민주당으로 넘어와 당의 지휘를 맡는 꼴이며,프랑스와 영국의 사회당이나 노동당이 보수당의 정치인을 데려와 자기 당의 당수를 시키는 격이다.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민주당이라면 50년대로부터 독재와 맞섰고 그 뒤로 쿠데타 정당과 싸운 이력을 갖고 있는데,바로 그 상대 정당과의 차별을 넘어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는 일을 만들었으니,지지자들이 민주당을 멀리 하고 외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이 부분이 민주당의 지지를 끌어 내려 오르지 못하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인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는 여러 가지로 근본적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민족문제에서는 남북화해를 기본적 정책으로 삼고 있고,경제적으로는 중산층 서민의 편이며,지역문제에서는 지역차별에 강고히 반대하고 있다.그러나 이런 뚜렷한 차별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민주당의 약점이다.그것은 바로 민주당의 정치력의 빈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정당의 정체성이 혼란된 상태에서 당의 정치력 부족으로 여당과의 차별성조차 과시하지 못하고 있으니 지지가 오를 턱이 없다.지방선거에서 패배하게 되면 민주당에 후폭풍이 몰아 닥치겠지만,패배의 후유증을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장래는 밝지 못할 것이다.아마도 지지자들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의 근본적 개편을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근(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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