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근(언론인)
지방선거가 끝난 지 보름이 되었지만 그 흥분은 아직도 남아 있다.아무도 그런 놀라운 선거결과를 내다보지 못했다.여야는 물론 투표의 주체인 유권자 자신도 스스로 만든 결과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참으로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절실히 체험한 선거였다.
무릇 선거가 끝난 뒤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선거 결과가 집권세력의 정치와 정책의 방향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선거 뒤에 미적거리던 정부 여당은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를 시작으로 중대한 정책들의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다.세종시 수정안을 폐기할 움직임이며 4대강 사업도 수정할 의사를 비쳤다.그러나 아직도 정부가 선선히 태도를 바꾸는 편이 아니어서 다소 우여곡절이 있겠으나 그렇게 막무가내로 밀어 부치던 정책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특히 국민의 비판에도 아랑곳 없이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 강행하던 4대강 사업은 이제 국민의 손에 그 고삐가 붙들린 듯하다.유권자들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이들 두가지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 말고도 앞으로는 정부와 여당이 여론을 거스르면서 까지 정치의 방향을 정하거나 정책을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국민이 나서서 현 집권세력의 일방통행식 정치에 경고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이 여당과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지방선거가 있기 이전에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도 현재의 여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야당이 크게 승리한 뒤에는 야당이 정권을 되찾아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갖게 되었다.이로써 정치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여야가 진정으로 경쟁상대가 되었기 때문이다.다음 정권의 향방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는 여야의 건실한 경쟁이 있을 수 없고,그런 곳에 견제와 균형의 정치가 들어설 여지가 있을 리 없다.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정치를 되살려 내고 민주주의의 바탕을 더욱 다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야당과 야당 성향의 무소속이 부산과 경남에서 크게 득표하고 승리했다는 사실이다.김두관 무소속 후보는 경남지사에 당선되었고, 민주당의 김정길 후보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44.6%의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다.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부산과 경남이면 한나라당의 아성인데 그 한 축이 무너진 셈이다.사실상 한국의 정치지형이 크게 바뀌는 전조가 보인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일이다.기본적으로는 그 곳의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의 정치에 비판적 태도를 보인 것인 데, 부산과 경남의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야성 회복의 계기로 삼을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여기에 더하여 충청과 강원도에서도 야당이 승리하였으니 앞으로의 정치는 야당에도 큰 책임이 돌아온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야당의 승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분위기에 도움받았다고도 말한다.그런 해석도 일부 타당성이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그를 당선시킨 호남 유권자들이야 말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부산 경남의 유권자들이 야성으로 돌아서는 것이 그 지역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는 점이 다소라도 있다면,그것은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당선시킨 호남 유권자들의 결단이 그 바탕에 있다고 생각하여 무리가 없을 것이다.이렇게 해서 한국이 더욱 민주화되고 더욱 인간다운 사회로 발전해 간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다.
/김 근(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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