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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생각한다 - 나영삼

나영삼(완주군 농정기획단 정책팀장)

며칠 전 아이와 쉘 실버스타인이 쓴 <아낌없이 주는 나무> 를 읽었다.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자꾸만 고향마을의 나이든 어른들을 떠올리게 된다.

 

'모진 식민지시대와 한국전쟁, 배고픈 근대화시기를 견뎌내고 알토란같이 키운 자식들을 도시에 다 내준 사람들...이제는 구부정한 허리와, 주름 패인 얼굴로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농촌에서 쓸쓸히 병들고 늙어가는...' 이들의 삶은 영락없이 <나무> 를 닮아 있다.

 

온 나라에 걸쳐 '일자리'가 화두다. 정부와 지자체의 계획서는 '일자리 창출', 또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 취급을 받는다. 전라북도도 민선5기 핵심과제로 일자리창출을 내걸고 나섰다.

 

일자리문제 본질은 '고용없는 성장' 탓이다. 또 도농간 심각한 불균형을 키워온 탓이다. 근본처방 없이 실적과 숫자놀음에 매달리면 더 큰 상실감과 부작용만 낳게 된다. 지난해 농촌지역에 대거 풀린 희망근로사업은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촌을 혼란스럽게 하더니 결과적으로 농촌노임만 올려놓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고리가 일자리다. 개인에게는 안정된 소득을, 지역사회에는 공공적 기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일자리다. 빠르게 쇠락하고 있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자리는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지역순환농업을 촉진하는 일자리다. 생산비를 줄임과 동시에 땅을 살리는 프로젝트다. 풀먹여 소키우고 외양간 거름 내어 농사짓는 순환의 원리를 오늘에 맞게 회복하는 일이다. 청보리로 배합사료를, 축분퇴비로 화학비료를 대체하기 위한 종합계획이 필요하다. 온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지역순환농업통합관리센터가 필요하다. 청보리사업단, 경축자원화센터, 공동농기계사업단, 토양관리사업단 등이 동일공간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장수군의 한우사업단에는 20여명의 젊은 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다음으로, 얼굴있는 먹을거리를 생산, 직거래함으로써 농촌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되찾는 일자리다. 다품목 소량생산체계의 장점을 살려서 밥상 품목을 기획생산, 소비자 또는 각급기관단체에 공급하는 지산지소 영역개척이 필요하다. 세계 각 국이 농민장터, 공동체지원농업(CSA), 학교급식, 기관단체급식 등 소위 로컬푸드(Local Food)를 앞 다투어 추진하고 나선 이유는, 이것이 글로벌푸드의 해악을 막고 소비자 건강밥상과 자국 소농보호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역공동체가 지원하는 생산적 노인복지와 관련한 일자리다.

 

농산촌 현장을 보면, 60대 노인이 엄연한 지역사회의 주력군이다. 이들에게 재촌탈농이라는 일방적 구조조정의 잣대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소득과 건강이 보장되는 적정한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이 옳다. 완주군에서 추진중인 농산촌 및 구도심형 농촌노인 두레농장이 참고할 만하다. 귀농귀촌자를 두레농장 일꾼으로 고용한다면, 지역사회와 농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연착륙을 높일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쿠즈테츠' 박사는 "후진국이 공업발전을 통해 중진국이 될 수는 있어도 농업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텅 빈 농촌을 지켜 온 우리시대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들...

 

이들에게 다시 국민소득 3만불 시대라는 멍에와 희생을 짊어지울 것인가? 소득과 삶의 질이라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제공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다시 생각해도 모든 정책의 중심은 농가본위(農家本位)다.

 

 

/나영삼(완주군 농정기획단 정책팀장)

 

▲ 나영삼 팀장은 경제실천시민연합 농협개혁위원회 간사, 사단법인 우리식물살리기운동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완주군 농정기획단 정책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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