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규(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나무들이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입고 온갖 맵시를 자랑하는 가을이 오면 중학교 때 낚시를 했고 작년 가을에 아내와 함께 여행을 했던 옥정호의 아름다운 경치가 머릿속에서 아른거린다. 전라북도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하고 유명한 호수이지만, 사진작가들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운암댐이라고 하였지만, 지금은 옥정호라는 지명으로 불리우는 아름다운 호수가 임실과 정읍을 가로지르고 있다. 전주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옥정호는 새벽에 일출과 함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경관이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전국의 유명한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라고 한다. 하천 길이 212㎞, 유역 면적 768㎢, 저수량은 4억 3천만 톤이나 되는 매우 큰 호수로서 김제평야 등에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다목적댐이다. 예전에는 붕어가 많이 잡히는 낚시터로 유명하였으나, 현재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낚시는 할 수가 없다.
중학교 3학년 때 친구 2명과 주말에 1박 2일로 밤낚시를 했던 적이 있다.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 먹고 야광찌와 떡밥을 매단 낚시 줄을 멀리 던지고 고기가 물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정을 나누었다. 한 친구는 어린 나이였지만, 언제 배웠는지 거의 어부 수준으로 붕어를 잘 잡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가을 어느 월요일에 휴가를 내서 아내와 함께 정읍 산내 한우마을에서 둘이 오붓하게 맛있는 한우를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먹고 옥정호를 들른 적이 있다. 국사봉 전망대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서 본 옥정호의 경치는 매우 아름다웠다. 특히 호수 한 가운데에 있는 붕어섬은 1999년 미국 유학시절 여름방학 때 구경하였던 캐나다 서부에 있는 밴프·재스퍼 국립공원의 멀린 호수에 있는 스피릿 아일랜드라고 하는 자그마한 섬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섬은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이 꿈의 촬영장소로 손꼽는 곳이다. 주변에 만년설이 쌓여 있는 웅장한 산들이 둘러싸고 있고 호수물의 색깔은 비취빛으로 물속까지 투명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사슴, 산양, 곰 등 야생동물들이 도로가를 여유있게 거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시사철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방문하고 있으며, 관광수입만으로도 주민들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동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캘거리를 제외하고는 인근에 산업시설이 거의 없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광 경향을 보면,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 기록사진을 찍기 보다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편히 쉬고 사색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선진국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서 아름다운 옥정호, 단풍이 절경인 내장산과 강천산, 건강회복에 좋은 편백나무 숲이 울창한 축령산, 그리고 소고기라는 먹거리가 있는 산내마을을 엮어서 2박 3일, 3박 4일 또는 1주일 정도의 다양한 웰빙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관광객들을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주에서 순창으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의 완공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부족한 숙박시설을 확충함과 아울러, 관광 종사자들과 주민들이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국내와 아시아뿐만이 아닌 전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글로벌 관광전북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보는 가을이다.
/ 최수규(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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