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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돈 쓰는 재미보다 일하는 즐거움을

/김광화(농부· '피어라, 남자' 저자)

시골은 돈은 안 되고 일은 참 많다. 큰돈 벌려고 악착같이 농사지어봐야 거꾸로 빚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 농업 소득은 계속 줄어왔다. 쌀값 하나만 봐도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예전에는 어렵사리 농사지으면 자식들 다 키워냈으나 지금 구조로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일은 끝이 없다.

 

그럼, 무슨 재미로 사나? 나는 일하는 즐거움이라 말하고 싶다. 농사는 무엇보다 생명을 돌보고 가꾸는 일이다. 우리 사람도 생명이니 농사일에서 배우는 바가 많다. 해마다 자연이 다르기에 농사도 다르다. 농사는 '별의 노래'란 말도 있다. 태양과 별과 달과 지구가 서로 어우러져 생명들이 살아가고 또 자손을 이어가니, 농사짓는 과정에서 생명의 장엄한 서사를 읽곤 한다. 또한 자연은 얼마나 무궁무진하고 경이로운가. 가까운 둘레를 산책해보면 십여 년을 이 곳에서 살았지만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는 데 스스로 놀란다.

 

농사지은 것들로 밥상을 차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재료에 따라 맛의 차이나 건강의 차이가 크게 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무슨 기념일이라고 어렵사리 외식 하고 나면 가끔 배탈이 나곤 했다. 시간 버리고 돈 버리고 몸까지 버린 셈이다.

 

손수 하면 내용을 다 안다. 재료를 알고, 요리 과정을 알며, 갓 조리한 음식이 신선하다는 걸 몸이 고스란히 느낀다. 이러한 과정의 여러 일들을 힘들다 여기지 않고 즐기는 것이다. 돈 아끼기 전에 몸 아끼고, 나다운 마음을 보살피는 일이 된다.

 

먹을거리만 그런가. 집도 그렇다. 시골집은 왜 그렇게 손볼 일이 많은지. 우리 집은 손수 지은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공사 중이다. 태풍이라도 한번 몰아치면 여기저기 흙이 떨어져서 다시 발라야하고, 나무와 흙벽 틈새는 세월이 가면서 점점 벌어지니 메워야한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집을 돌보다 보니 집이 그냥 내 몸의 일부가 된 듯하다. 집이 허술해도 잠자리는 편하다.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하고 싶어서 그 일을 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일하는 즐거움에 다른 영역으로까지 자꾸 일을 새로 만들고 또 하기도 한다. 아이들 교육도 돈 들여가며 끝없는 입시경쟁에 시달리기보다 아이들 의사를 존중해서 믿고 맡긴다. 아이가 대학을 가지 않으니 큰돈 들일 일도 없다. 또 경쟁으로 지칠 필요 없으니 싱그러운 배움이 가능하다. 제 앞가림을 기본으로 성장하니 경쟁 분위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문화도 그렇다. 우리 식구는 문화를 거창하게 생각지 않는다. 손수 글 쓰고, 사진 찍고, 어설프나마 손수 그린 달력으로 한 해를 난다. 묵혀두었던 기타를 다시 꺼내 둥당거리며 내 안에 쌓인 감정을 치유한다. 좀 부족하면 어떤가. 누군가 만들어둔 문화를 돈 주고 소비하는 게 아니라 소박한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또 즐긴다. 나는 이를 삶의 문화라고 이름 짓는다.

 

어느 새 올 한 해도 한 달 남짓 남았다. 이렇게 일하는 즐거움을 누리다 보니 돈쓰는 재미가 심드렁하다. 예전에는 해야 했던 일들이 이젠 하나둘 하고 싶은 일들로 바뀌고 있다. 일하는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그려본다.

 

/ 김광화(농부· '피어라, 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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