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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혼인치레 - 백성일

지난 겨울이 유난히 추워 따스한 봄이 기다려진다. 하얀 백목련이 피는 날을 결혼날짜로 잡아 놓은 예비 신랑 신부가 많다. 설레기 보다는 걱정이 앞설 것이다. 연애결혼 할 사람은 그래도 낫다. 양가의 사정을 헤아려서 혼수를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매결혼 할 사람은 조건을 따져 결혼하므로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때로는 혼수 문제로 파경까지 맞는다.

 

속칭 사짜를 신랑으로 맞이하려면 열쇠 타령을 듣게 된다. 병원을 개업해 주어야 하고 아파트를 구입해 가야 하는 등 자질구레한 조건이 많다. 정작 당사자들은 별로 생각이 없는데 부모들이 더 극성스럽다. 선을 자주 본 사람은 더 좋은 조건을 놓고 자신도 모르게 저울질 한다. 중매쟁이는 없는 말 있는 말 다해가며 한건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지만 결론은 현실 문제로 귀결된다. 열쇠가 몇 개냐로 판가름 난다.

 

허례허식적인 혼사에 염증을 내고 '내 자식 만큼은 아니다'라고 다짐했던 사람들도 정작 딸을 시집보낼 때는 남들처럼 하기 일쑤다. 조촐하게 하고 싶었지만 결혼이라는 게 상대방이 있고 더욱이 남자쪽 위주로 진행돼 도리 없더란 말들을 한다. 혼수와 하객 초대 모두 일방적으로 조절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개인과 사회 할 것 없이 변화를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는 '다 그래 왔다'는 말이다. 옳지 않은 줄 누구나 아는 일들이 지금까지 다 그래 왔다는 말로 얼버무려진다.

 

연애는 두 사람의 만남이지만 결혼은 두 집안의 결합이라해도 과언은 아니다. 경제력 종교 문화 가치관 지역 등 작고 큰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결혼에 재를 뿌리게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비극으로 몰고 간 것도 두 집안의 갈등 때문이었다. 집안끼리의 문제는 결혼전에도 커다란 암초 같지만 결혼을 약속한 이후나 결혼후에도 큰 골칫거리다. 처음엔 집안의 트러블이 생겨나 알게 모르게 알력 싸움이 진행되지만 심화되면 당사자들간에도 집안싸움에 휘말린다.

 

'혼인치레 말고 팔자치레 하랬다'는 말이 전해온다. 추운 겨울날 사랑에 빠진 고슴도치 한쌍이 다칠까봐 껴안지 못하고 적당한 거리에 서 있는 것처럼 결혼할 사람은 안전거리를 둬야 한다. 너무 가까이 서 속속들이 알아도 안되며 너무 모른 것이 많아도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 백성일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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