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성(군산대 교수)
애플의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 열풍은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사이버 공간을 형성했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민주화의 불을 지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소셜 네트워크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화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면 마치 시대정신에 부응하지 못하는 낙오자처럼 취급된다. 변화의 속도는 아주 빠르고, 변화의 굽이마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새로운 정보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러나 일견 화려하게 보이는 이런 변화에도 어둡고 쓸쓸한 뒤안길이 있으니, 갈수록 심화되는 정보격차(digital divide)가 그것이다.
웬만한 스마트폰은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한다. 한 달 사용료는 아껴 써도 5~6만원이다. 겨우 하나 장만해봤자 2년 넘으면 이미 구닥다리가 된다. 시류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다시 개비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지출이 문제가 안 되는 가정도 많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정보화로 인하여 소득이 적은 빈곤층이 겪는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연전에 성실하지만 가계가 곤란한 학생이 있어서 장학금을 주선해 주었더니 그는 장학금을 받자마자 고급 핸드폰을 구매했다. 등록금에 보태고, 책도 사보기를 기대했던 우리의 기대와는 달라서 적잖게 실망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럴 것도 아니다. 그 또래에서는 책보다 휴대폰이 더 중요했을 테니까. 편모슬하에 사는 여고생을 안다. 그녀의 어머니는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힘든 일을 하지만 딸이 쑥쑥 커가는 재미로 산다. 그 학생은 유행하는 스마트폰을 갖고 다닌다. 엄마는 딸이 그런 것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 기죽지 않기를 바란다. 그 어머니의 바람은 잘못된 것인가?
전북발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 기준 도내 빈곤층은 11만3780명이라고 한다. 이 중 청소년이 2만3690명이다. 요즘 무상급식으로 교육현장이 떠들썩하지만, 감정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는 끼니 못지않게 휴대폰이 중요하다. 그들은 휴대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밤샘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것으로 친구들과 대화하고 세상과 소통한다. 요즘은 엥겔지수 못지않게 가계에서 통신비용이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통신지수가 삶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부각되고 있다.
가난하니까 정보통신의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것은 사회적 억압이다. 머지않아 학교에서는 교과서가 사라지고, 태블릿 PC 하나를 들고 등교하는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애플의 iTunes에 가보라. 이미 하버드, 예일, 옥스퍼드, 캠브리지 등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강의를 오픈하고 있다. 올해는 EBS와 수능의 연계가 더 강화된다고 한다. 핸드폰에 의한 전자투표로 대통령을 뽑을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정보통신은 이미 우리네 삶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그것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것으로부터 소외된다는 것은 곧 세상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통신의 사각지대를 찾아야 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야 하고, 그들에게 정보화의 샘물을 걱정 없이 마시게 해주어야 한다. 스마트폰의 그늘에서 말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정보빈곤층을 비출 횃불을 준비해야 한다. 이 일이 IT 강국 코리아에 사는 우리의 사명이다.
/ 최연성(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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