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조 (한국사료협회 회장·전 전북지사)
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음식은 무엇일까.
얼마전 미국 서부의 중도시 샌디에이고에서 한국음식 경연대회가 관광공사 주관으로 열렸다. 미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시식(試食)이 있은 후에 그들의 의견을 들은 결과 비빔밥이 단연 1위였고 갈비찜이 그 뒤를 이었다.
정부는 이미 한식재단을 만들어 우리음식을 해외에 적극 홍보할 차비를 차렸고 미국 뉴욕에 대형 한국음식점을 꾸릴 계획인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와는 별도로 순 민간인으로 구성된 '비빔밥 홍보단'이 4월중 동남아와 미국, 중남미의 40여개 도시를 향해 홍보장정에 나서기로 해 화재를 뿌리고 있다.
일류대학 출신의 30세 전후 엘리트 남녀 4명이 번듯한 직장에 사표를 내고 유독 비빔밥 홍보를 구상한 자체가 범상치 않다. 이들은 출발에 앞서 전주비빔밥의 명인을 찾아가 비법(秘法)을 배울 것이라 한다.
홍보단은 8개월간 자동차로 여행하며 각 도시에서 100회의 시식회를 통해 1만명의 외국인에게 비빔밥 맛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런데 이들이 마련한 준비물은 고작 놋그릇과 수저, 35인분 전기밥솥 등이고 활동비는 5000만원.
언뜻 보기에 좀 미흡한 것 같아 과연 비빔밥의 진수(眞髓)를 전달할 지 다소 걱정이 든다. 우리나라 비빔밥의 본고장인 전북의 도청이나 전주시청이 후원자로 나서 '전주비빔밥'을 세계에 본격적으로 홍보하는 계기를 잡으면 어떨까. 관청이 나서기가 무엇하면 전주상공회의소가 스폰서를 해도 좋을 것이다.
필자는 기실 전주비빔밥에 무한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1994년과 95년 전북도청에 근무할 때 서울 손님들이 오면 가족회관이나 성미당, 한국집 등으로 모시고 가서 비빔밥을 대접하곤 했다. 한번은 미국서 온 교포친구와 성미당의 육회비빔밥과 청포묵을 같이했는데 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돌아가서 전주음식의 홍보맨이 되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필자는 요즘에도 전주근처에 가면 꼭 비빔밥을 먹고 온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제맛이 나는 전주비빔밥을 먹을 데가 없어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특히 외국손님을 대접할 경우에 반듯한 전주비빔밥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포묵과 모주가 있는 그런 집. 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깨끗하고 국악이 흐르는 분위기를 갖춘 그런 향토 비빔밥 식당이 생기면 미식가, 가족단위, 외국손님들로 넘쳐날 것 같다.
또 하나 아이디어는 서울외곽 전동차 종점에 대중적인 전주비빔밥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 보도가 많이 되었지만 천안전철이 생긴 후에 천안근처의 병천에서 순대국이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경춘전철이 개통되자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서울의 노년층이 공짜 전철을 타고 나들이하면서 생겨나는 풍속도이다. 이에 앞서 인천에서는 차이나타운이 주말이면 서울사람들로 붐빈다고 한다. 여기서는 전철이 먼저 생기고 중국음식 거리가 뒤에 조성된 경우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전철 종점이면서 경관이 좋거나 볼거리가 있는 곳에 향토냄새가 물씬 나는 전주비빔밥집이 들어서면 어떨까. 가령 동두천 소요산 입구나 경기도 양평 등지가 후보로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전북도가 국제한식조리학교를 세우기 위해 그 재단 설립에 착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맛의 고장다운 발상이다. 국비 60억원과 지방비, 민자를 합쳐 12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전북 출신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식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어 협력하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다.
전주에 한식학교가 개교되면 무엇보다도 비빔밥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비빔밥의 기원은 조선조 왕실의 종중식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으나 전주와 진주, 해주 등지에서 오래동안 전수되어 온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중에서 전주비빔밥이 원조이면서 면면히 이어져 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어쨌든 현재 전주비빔밥이 전국적인 대표 주자임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대표 한식은 비빔밥이고 비빔밥의 으뜸은 '전주비빔밥'이라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 조남조 (한국사료협회 회장·전 전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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