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장)
얼마 전 모 식품회사 간부로부터 "도쿄시내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라면을 먹어도 안전합니까?"라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 순간 당황했다. 내가 알기로 그 분은 식품공학 박사다. 당연히 "드셔도 안전합니다"라고 답변했다. 사실 답변을 하면서도 식품을 전공한 최고 학위자의 질문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들은 어떨까 걱정이 앞섰다. 지난 수년 동안 많은 분들을 만나고 많은 회의석상에서 방사선을 식품에 이용하는 기술을 설명하던 필자는 지난 모든 활동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상심했다.
지난달 11일 일본 동북부 해상에서 발생한 진도 9규모의 대지진은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대지진과 대해일의 공포가 이젠 원자력발전소의 붕괴 가능성으로 옮겨가면서 일본 열도 뿐만 아니라 주변국들까지도 방사선 피폭의 두려움과 대응방안 마련에 초비상 사태다.
방사성 물질은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빛인 방사선을 발생한다. 우리는 이 빛을 이용하여 암을 치료하고, 난치성 질병을 진단한다. 또한, 숭례문 화재 후 복원을 위한 국보급 목조문화재의 보존에도 이용하며, 테러 등을 예방하는 검색시스템에도 사용된다. 젊은 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폰, 겔럭시탭 등도 방사선이 없으면 출시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이소연 박사가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섭취한 우주식품도 방사선을 이용해 만들었다. 백혈병, 장기이식 수술을 한 환자의 안전한 식사도 방사선으로 보장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하고 있는 빛인 방사선이 지금은 공포의 대상이다. 방사선은 동전의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암세포를 죽이기도 하지만 정상세포를 암으로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유럽 전역의 식품 공급체계에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식자재의 유통을 막기 위해 취해진 조치 때문이었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면 안된다. 우리 몸속에서 소화 흡수되는 과정에서 장기나 근육에 머무르며 계속해서 방사선을 발생시켜 세포에 이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품위생법에서는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원료나 완제품의 이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금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일본산 식품 및 원재료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에서 통관 검역이 강화되었다. 그 이유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현재 관심을 끌고 있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식품과 관련,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은 식품포장지를 뚫고 식품내부로 들어갈 수가 없음은 이미 과학적으로 분명히 증명된 사실이다. 쉽게 말하면, 현재 도쿄시내에서 파는 신라면은 먹을 수 있다. 왜냐하면 라면스프나 면에 방사성 물질이 오염된 것이 아니라 봉지에 묻어있기 때문이다. 먼지처럼 털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매장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 판매하면 안된다. 취급하면서 호흡기에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방사성 물질로 인해 식품 파기 상황이 발생되지 않은 것은 방사성 물질이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론은 안심해도 좋다는 것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고 발생지역에서 수확한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등 식품원료는 엄격히 검사해서 방사성 물질의 오염 유무를 평가한 후 사용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농식품부 산하 3개 검역기관과 식약청이 수입식품의 방사성 물질 존재 유무를 매우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평가하고 있다. 항만이나 공항 등 수입될 때 검사 시료를 채취하여 가까운 검역소나 식약청지청에서 식품위생법 등 관련 규정에서 제시한 국제기준의 방사성 물질 원소 분석법으로 시험한다. 원자력연구원 등 국가기관에서도 식품회사 등으로부터 시료를 의뢰받아 검사하고 있어 수입식품의 안전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김영진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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