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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일 다 끝나고 뒷북치는 것은 기회주의다

이재성(한나라당 대표실 국장)

 

일 다 끝나고 뒷 북 치는 것은 기회주의다.

 

여야 정당이 제도와 사람을 바꾸고 있다. 쇄신, 개혁하느라 정치권이 분주하다. 당지도부는 민생현장 방문을 늘리고, 국민속으로 다가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볼 수 있는 당연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전북정치권도 바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주유치가 무산되자 국회의원이 또 머리를 깎고,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도지사와 함께 청와대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는 등 어수선하다.

 

지금 상황은 LH공사 유치를 위해 얼마 전 김완주지사가 삭발을 하고 단단한 각오를 보였던 때와는 많이 다르다. 국회의원들이 삭발을 하고 전면에 나서는 것은 LH공사 유치무산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일이 끝난 후에 아무리 항의를 하고 투쟁을 한다고 해서 LH공사가 전주로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이 대목에서 과연 도내 정치인들이 LH공사 유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경남은 진주 유치를 위해 야당인 경남지사와 여당소속 국회의원들이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갖는 등 여야 가릴 것없이 힘을 합쳐 유치활동을 벌였고, 성공했다. 경쟁 상대였던 경남에서는 여야가 지역발전을 위해 통 크게 뭉친 것이다.

 

그런데 전북정치권은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가? 먼저 김완주지사와 정운천 전 최고위원에게 묻고 싶다. LH공사 전북유치를 위해 공동입장이라도 발표하자고 서로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건 적이 있는지, 아니면 정파가 다르다고 해서 중대사를 앞두고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했는지 늦게라도 알고 싶다. 이번 기회에 지역발전을 위해 경남은 여야가 힘을 합쳤는데 왜 우리는 그렇지 못한가를 깊이 반성하고 근본원인을 분석해 볼 것을 제안한다.

 

전북에는 대선주자 출신 정치인도 있고, 야당 대표를 역임한 분도 있다. 두 분 다 야당 최고지도부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는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정작 전북발전에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논리를 만들어 정부를 설득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일에 주저해서는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큰 정치한답시고 지역발전을 등한시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지 않길 바란다.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전북으로 가져올 것은 가져온다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 이것은 현실적인 문제다. LH공사 분산유치는 물 건너갔고, 대신에 국민연금공단이 전주에 들어 설 예정이다. 어느 기관을 유치하느냐에 따라 지방세에서 큰 차이가 난다. LH공사 유치무산으로 잃게 된 지방세 약 260억 원에 대한 정부의 세수 보전을 따내야 한다. 정부도 약속한 사항이다. 이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전북의 여야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 물론 세수 보전이 항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LH공사 무산유치에 따른 도민들의 허탈감을 달래고, 전북 정치권이 'LH공사 분산유치를 성사 시키겠다'는 약속을 도민에게 한 만큼 이 약속을 대체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세수 보전만큼은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

 

삭발, 단식도 순수성을 인정받을 때 효과가 있는 것이다. 서울 한 번 올라가서 시위하고 내려오는 식으로는 지역발전을 선도할 수 없다. 도지사를 포함한 전북의 지도자들은 힘이 부족하면 연대하고, 논리가 부족하면 사정설득이라도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도민을 걱정하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가? 정책결정 권한이 없다고 해서 모두 남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내 잘못은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자세는 구태다.

 

여야는 이제라도 전북현안을 챙기는데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전북 정치권의 힘을 키워야 한다.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힘없는 전북여당, 지역정서에 안주하고 정작 책임져야 할 때 회피하는 야당 모두 깊이 반성할 때다. 일 다 끝나고 뒷북치는 것은 기회주의다.

 

/ 이재성(한나라당 대표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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