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 사장)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의 여파로 전 세계 경제가 온통 몸살을 앓고 있다.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이 요동을 치고 있다. 100조원이 넘는 국부가 사라졌다고도 하고 일본 대지진 피해보다도 더 큰 손실이 발생했다는 보도도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영향이 외국과 교역을 많이 하는 대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크든 작든 우리 국민 모두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 같다. 10여년 전 IMF 경제위기라는 아픈 경험이 있는 우리 국민들이기에 이번의 경제위기가 또다시 우리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의 진앙지가 지난 세기 이래 세계경제를 주도해온 미국이라는 점이다. 세계경제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이 흔들리고 있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세계 각국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오던 나라에 문제가 생겼으니 이 문제는 과연 누가 해결할 것이며, 또 다른 나라에 문제가 생기면 이제는 어느 나라가 나서서 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인가? 이러한 의문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자본주의 운영방식에 대한 회의와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세계경제가 큰 틀에서 변화하리라는 점에 주목하고 그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다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머지않아 동북아 경제권은 미국과 유럽경제권을 앞지르고 서해안지역은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그 동안 낙후를 면치 못하던 우리 전북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여 새만금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발돋움하여야 한다.
둘째, 이번 경제위기를 야기한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정부부문의 과다 지출과 민간부분의 과다 소비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의 많은 나라들과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제 많은 나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정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하다고는 하지만 최근의 경기가 침체되고 복지예산이 늘어나면서 적자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서 걱정이다. 지방재정 역시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세수가 감소되고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세출예산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셋째, 그동안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시장의 실패를 치유한다는 명분 아래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데 따른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재정적자에 몰린 중요한 이유는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금은 줄이고 재정을 늘리는 정책을 펴온 데 따른 부작용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장점을 살리는 가장 좋은 길은 최대한 시장기능에 맡기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정책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화의 움직임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지구 저편에서 일어난 일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의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동북아 경제권의 위상이 높아지고 서해안지역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계기로 작용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이춘희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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