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인, 사회적 시각 개선됐으면"
그는 소위 '지방대(원광대 금속공예과) 출신'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대한민국 제5대 국새 공모에서 올해 2월 인뉴(국새의 손잡이) 제작자 선정 통보를 받았을 때 그는 시련과 고난이 축복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인'의 반열에 올라선 전통금속공예가 한상대 씨(51)는 지난 23년간 웃은 날보다 가슴 치며 서러워해야 하는 날이 많았다.
익산(모현동)이 고향인 그는 대학 졸업 후 무작정 상경했다. 금속 공예 전반을 익히겠다는 일념으로 상경한 생활은 시련의 일상이었다. 남대문 시장의 금속공예업체에서 간신히 자리를 얻었으나, 잘 곳이 없어 상자를 깔고 밤을 지샌 일도 있었다. 취업한 곳에서는 박대가 계속됐다. 기술 노출을 꺼린 이들은 그가 어깨 너머로 익히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한 분야만 해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신념으로 그는 이곳저곳을 전전하면서 대공, 세공, 정밀주조, 보석가공, 디자인 등을 두루 익혔다. 인기 드라마 '주몽', '선덕여왕', '동이', '이산' 등에서 나온 왕관, 비녀, 귀걸이, 검 등을 도맡아 제작하게 된 것도 금속공예 전반을 섭렵한 덕분이다.
그가 제안한 국새는 쌍봉에 무궁화, 태극 문양을 넣어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화합을 담은 것. 기존에 알려진 봉황 문양을 참고했으나 변화와 강조를 적절히 조화시켜 봉황의 자세와 꼬리, 깃털 부분을 역동감 있게 표현해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쌍봉의 등위로 표현된 만개된 무궁화는 기존의 국새에서 다뤄졌던 상징적 표현에서 벗어나 활짝 핀 구체적인 형태로 국운의 기상을 상징하는 모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 4월부터 제작을 시작해 몇 번의 디자인 수정 과정을 거쳐 조화로운 형태를 찾기에 골몰한 결과 9월 국새 공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 행정안전부가 지난 4대 국새 파문으로 주물, 국새 손잡이, 국새 인장에 새기는 글씨 제작자를 각각 따로 뽑아 작업이 일원화되지 않는 어려움도 있었으나,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국새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국새 파문을 계기로 국새 장인의 처우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도 했다.
"국새 만드는 사람에게 500만원 줬습니다. 이건 나라 망신이에요. 내가 돈을 더 받겠다고 그러는 게 아니라, 국새 장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국새 파문이 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교수가 아니고서야 국새 장인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데 누가 남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어느 정도 하면 끝날 줄 알았더니 모르는 게 자꾸 나와요.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게 별 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뛰어난 후계자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제자를 키우지 못하면 중도에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래서 밥벌이를 위한 작품보다 나만의 작품에 집중하고 싶은 거죠.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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