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8:54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일반기사

[새벽메아리] 녹색관광 전북을 기대한다

이정상 (도로교통공단 전북지부 교육홍보부장)

 

아내는 접는 부분이 찢어진 낡은 제주도 관광지도를 투명 테이프로 정성스레 붙여서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 몇 년 전 아내와 함께 자전거로 제주도 해안도로(280km)를 일주할 때 일정과 느낌을 메모한 지도이다. 3일 동안 자전거로 해안도로를 따라 제주도를 한 바퀴 돌고, 4일째 되는 마지막 날에 한라산을 넘는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다. 내심 아내의 체력이 견딜까 걱정을 했지만 흔쾌히 따라나섰다.

 

첫날 아침 일찍 자전거를 대여하고 활짝 핀 유채꽃을 뒤고 하며 조금 달리니 보기만 해도 시원한 바다풍경이 우리를 반긴다. 상쾌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해안도로를 따라 아내와 단둘이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 물이 얼마나 맑은지 옥빛으로 바닥까지 투명한 협재 해수욕장에서 한동안 머물면서 물빛의 유혹에 사진을 찍고 말없이 바닷가에 앉아 풍경에 젖었다. 해안도로는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안전한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는 더 없이 좋았고, 가는 곳 마다 절경이 계속되어 항상 아쉬움을 뒤로하며 달려야 했다.

 

가다가 경치가 좋으면 쉬고, 날이 어두워지고 지치면 근처의 숙소를 정하면 되었다. 말 그대로 놀멍, 쉬멍, 달리멍, 마음껏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피곤함을 잊은 채 밤늦도록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를 피해 들어간 포장마차의 값싸고 싱싱한 해산물과 주인 아주머니의 푸짐한 인심,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어둠이 깔린 아무도 없는 해안도로를 자전거로 달린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긴 오르막길을 오르며 "이~야야!"고함을 지르며 서로를 격려하고 등줄기에 흐르는 땀과 터질 것 같은 심장의 짜릿한 긴장을 이겨내고, 이어지는 내리막길에서의 상쾌한 바람, 경험해 보지 않고는 그 기분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원하는 곳 어디에나 멈추어 풍경을 감상하고 또 다른 제주의 모습을 보며 나가 아닌 우리를 발견하는 여행이었다. 용감한 아내는 다시 한번 자전거 여행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늘은 높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전라북도가 본격적인 축제의 계절과 가을 관광철을 맞아 수도권 등 전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홍보매체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전북을 찾는 관광객은 증가되고 있지만 관광객 대부분이 무료관광객이어서 지역경제 기여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관광객이 체류할 수 있는 상품이 없는 것이 큰 원인일 것이다. 제주도의 올레길이 성공하면서 둘레길, 마실길 등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길을 조성하고 있지만, 너나없이 따라하다 보니 전국 어디나 비슷한 길, 다시 찾지 않아 애물단지가 되는 곳이 적지 않다.

 

얼마 전 군산시가 '생활형 및 관광형 자전거의 활성화'를 위한 자전거 여행 코스를 만든다는 발표가 있었다. 우리 전북의 서부지역은 평야지역과 바다를 낀 절경이 많아 그 어느 지역보다 자전거 관광에 적합한 지역이다. 그렇다면 전주, 익산, 군산, 김제, 부안 등을 잇는 자전거 도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만 하다. 아직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도시와 새만금 방조제를 돌아 우리나라 유일의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김제의 들녘, 변산반도를 도는 코스를 연계한다면 다른 지역과 차별화 할 수 있는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되지 않을까?

 

올레길을 걷기 위해 먼 제주도까지 가지 않아도 가족, 연인이 함께 우리 땅을 걷고, 자전거로 달리며 우리를 알고 나면, 따로 강조하지 않더라도 애향심, 애국심이 절로 생길 것이다. 그동안 잠시 들러 가는 관광지라는 지적을 받아오던 전북이 훈훈한 인심을 느끼는 마음의 고향, 우리의 뿌리를 확인하는 고장, 진정한 휴식과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저탄소, 녹색관광을 선도하는 관광지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 이정상 (도로교통공단 전북지부 교육홍보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