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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종편이 가져올 미디어의 변화 - 이승용

이승용 (한국경제TV 경영지원국장)

내년 1월부터 종합편성채널의 본 방송으로 우리나라 미디어 빅뱅이 시작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는 국내 메이저 신문사들의 종편 진출로 신문과 방송의 벽이 본격적으로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종합편성채널은 유선을 통해 송출되지만 KBS, MBC와 같은 보도·예능 등 모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종합방송국 같은 케이블방송사다. 정부는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의 시장지배력 완화와 편향된 보도관행을 시정하고 미디어산업 발전과 2만9천여 일자리 창출을 기치로 종편 채널 4곳을 새로 허가했다.

 

종편은 과연 정부의 기대처럼 방송의 편향성을 없애고 미디어산업 발전을 가져올 것인가?

 

효과가 분명하다면 모든 미디어 종사자들이 환영하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 반색할 일이다. 그런데 왜 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나 지역언론사, 그리고 민간기업 등 모두가 아우성일까? 이는 정부가 미디어산업 현실을 무시하고 공급자적 시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보도 가능 방송사는 지역민방을 제외하고 6개사이나 무려 4곳에 달하는 종편 허가로 10개사로 늘어나게 됐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P사는 어림잡아 250곳을 넘을 정도로 거의 모든 장르를 망라하고 드라마·영화·경제·스포츠 등 특정 분야의 경우 다수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SO(지역유선방송 사업자)의 아날로그 채널은 이미 꽉 차 있고 디지털 케이블이나 IP-TV 등도 PP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다. 좁은 땅덩어리에 미디어 수가 이처럼 엄청난데도 정부는 수적으로 부족해 제대로 여론 형성을 못한다고 판단한 것인지 궁금하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일단 지난해 국내 방송광고시장을 보자. 전체 3조4천억원 가운데 지상파가 66%수준인 2조2천억원을 가져갔다. 신설 종편사가 SBS수준의 시청률로 안착할 경우 1사당 5천억원씩 단순 계산만으로도 2조원의 돈이 필요하다. 방송광고시장이 급성장하지 않는 한 다른 쪽 광고비를 빼앗아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메이저 신문사의 방송 안착을 위해 다른 PP와 중소신문, 지역언론사들이 희생해야 된다는 결론이다. 이미 종편 출범 이후 광고시장변화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광고주들은 PP나 신문 광고비가운데 17%가량이 감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종편은 현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을 손질하지 않는 한 독자 영업한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도 곤란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정부가 언론의 다양성을 위해 도입한 종편이 언론사들을 약육강식의 장으로 몰아세울 것은 뻔한 이치여서 규모가 작은 언론사는 고사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언론 다양성과는 정반대 결과를 낳는 것이다. 오죽하면 기업홍보맨들이 종편광고를 빗대 '조폭수준의 광고전'을 예견하고 있을까?

 

또 하나, 방송광고 규모는 지상파 매출에서 보듯 정체인 반면 정보통신 미디어 매출은 지속 증가하는 점을 간과했다. 신문과 방송을 포함, 모든 정보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포탈 NHN은 이미 지상파 전체 광고액과 맞먹는 매출을 올리고 있고 모바일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쏠림현상은 더 심화될 조짐이다.

 

오프라인 방송시장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사이 인터넷과 모바일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것이다. 인터넷 포털 광고시장은 물론 모바일시장도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의 이용 증가에 힘입어 얼마나 커질 지 단정키 힘들다. 정보통신의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오프라인에만 매달렸다는 얘기다.

 

정부가 어떤 정치적 판단으로 종편채널을 그토록 많이 늘렸는지 알 수 없지만 미디어 현실이나 시청자 입장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도도한 시대의 큰 흐름과 변화를 읽지 못하면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 이승용 (한국경제TV 경영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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