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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 도시재생

이춘희 인천광역시도시개발공사 사장

쇠락해가는 구도심은

 

도시재생의 지혜를 적용해

 

옛 것과 새 것이 어우러지도록

 

개발해 나가야 한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 고향인 고창에 오갈 때면 으레 전주에 들르곤 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70년대의 전주는 고풍스런 맛과 멋의 고장이었다. 옛 도청이 있던 풍남문 주변에서부터 태조로를 따라 걷다보면 이국적인 건축양식이 아름다운 전동성당,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과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전주사고, 그리고 서민들의 소박한 삶이 담긴 한옥과 가게들이 낮은 돌담길로 이어져 골목마다 활기가 넘쳐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들로 북적이던 전주 구도심은 도청 등 공공기관이 서부 신시가지로 이전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집들은 낡은 채로 방치되고 문 닫은 상가가 늘어났으며,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거리는 더욱 썰렁하게만 느껴졌다.

 

이것은 비단 전주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일수록 도시의 주요 기능이 점차 신시가지로 빠져나가 구도심은 낙후된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급격한 경제성장과 산업화, 도시화를 겪으면서 발생한 주택난을 신속하게 해결한다는 명분 아래, 도시 외곽에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전국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또한 80년대 초 100만대에 불과했던 자동차가 30년 만에 1,800만대(세대 당 0.9대)로 늘어난 것도 보행 위주의 가로망 구조를 가진 구도심이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구 증가는 정체되는 추세이며 도시화율도 90%를 넘어서면서 더 이상의 신도시 건설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야흐로 그동안 외면당했던 구도심의 가치가 새롭게 재조명되면서 도시재생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 과거 추진되던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개선사업 같은 도시 재개발 방식은 낡은 주거지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를 건설함으로써 기존의 도심의 역사와 문화, 오랜 기간 형성된 지역사회를 파괴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앞으로는 도시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살리고 관광, 산업, 경제, 환경 등을 총망라하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재생을 도입하여 구도심을 살려나가자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전주의 한옥마을 사례가 한국형 도시재생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 주거지에 맞서 한국인들이 모여 살던 한옥마을은 2003년 전국 최초의‘한옥보존지원 조례’제정을 시작으로 전주시의 적극적인 행정지원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해져 한옥 700여 채와 옛 골목길이 고스란히 복원되었다. 예술인들이 구도심에 정착하였고, 공연을 위한 오픈스페이스와 걷고 싶은 거리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만들어졌다. 친환경적 생태공간으로 노송천이 되살아났다. 뿐만 아니라 비빔밥, 한지, 판소리 같은 전통문화를 테마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즐길 거리를 발굴하여 전주에 찾아오는 관광객은 8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그 결과 한옥마을은‘국제 슬로우 시티’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고유한 전통과 현대의 문화, 옛 것과 새 것이 어우러지는 온고지신의 지혜를 도시개발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도시재생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한 때 쓸쓸히 쇠락해가던 구도심에 시민들이 되돌아와 예전의 활기를 되찾기를 소망한다. 내 고향의 성공사례가 모범이 되어 다른 도시의 구도심도 살맛나는 곳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깊어가는 가을, 찬바람이 부는 이 계절이 가기 전에 전주에 들러 느린 걸음으로 낮은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고즈넉한 옛 정취에 젖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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