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스스로의 의사결정이 전북을 움직여야 한다 '의사결정의 장'이 곳곳에 마련되기를 바란다
필자가 올 초에 한국 우수 공대생 20여명을 미국 실리콘벨리에 연수 겸 인턴십을 주선했다. 학생들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준비해온 플래카드를 펼쳐놓고 기념촬영을 했다. 플래카드에는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꿈꾼다"라는 슬로건이 쓰여 있었다. 그들의 준비성과 각오가 인상 깊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호감은 잠시뿐이었다. 미국 기업측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를 물었는데 누구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학생들은 그저 기업측이 하는 대로 피교육자로서 짜맞추어진 일정대로 따라 가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태도였다. 여기에 필자는 실망을 느꼈다.
필자는 한국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것들, 체험해야 할 프로그램들을 학생들을 대신하여 기업측에 요구했다.
바로 이 점이 한국과 미국의 차이다. 미국의 의사 결정은 한사람 한사람이 스스로 참여하여 의견이 하나로 합의되었을 때 그것이 곧 주체가 되고 행동강령이 된다.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이 학습되어 몸에 체득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 풍토는 그렇지 못하다. 첫째는 자기 목전의 필요와 이익만을 따질 뿐 타자의 입장은 배려하지 않는다.둘째는 단체훈련이 안 되어 있다. 서로 협동하고 상생하는 관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좀 더 문제를 확대해 보자.미국은 연 초가 되면 곳곳에서 관심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현재의 상황, 해결해야 할 문제 등을 놓고 마을회의를 열어 토론과 토의가 집중된다. 이 회의에서 하나의 합의점이 만들어지면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 스스로가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실리콘벨리의 경우는 약1500명의 인사들이 일종의 마을회의에 참석해 지역의 문제나 미래에 대한 도전 및 그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 논의한다. 기업의 총수, 선출직(국회의원, 도의원, 기초의원 등)과 그 보좌진, 각 단체의 장, 노동 단체, 벤처투자자, 언론인 그리고 교육계 및 여론주도층 유지들이 적극 참여한다. 이들은 각 분야별로 수집한 자료 '실리콘벨리 인덱스 (Silicon Valley Index)'를 분석하고 평가하여 미국실리콘벨리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마을 회의를 할 때 참고토록 자료를 제공한다. 이 색인 내용은 지역경제와 복지 등에 중점을 둔다.
올 해는 지난 10일에 행사가 열렸는데 실리콘밸리에 인접하는 지방정부 및 연방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교통, 통신, 산업 기술, 교육 등에 관해서 토론을 벌였다. 이번에 다뤄진 주요 내용은 새로운 혁신(Innovation)적인 정책과 그에 따르는 산업개발에 주안점이 되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지역의 문제를 정치인에게만 맡겨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민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주민전체 투표에 (Proporsition) 붙여서 결정한다. 마을의 중대 사안을 정치인에게 맡기게 되면 포퓰리즘으로 흐를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턴십에 참여한 학생 모두가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의 주체를 터득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또한 우리 전북 애향 주민 스스로가 참여하는 '의사결정의 장'이 곳곳에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인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민 스스로의 의사결정이 우리 전북을 움직여야 한다. 의사결정의 주체가 정치인들을 움직이고 더 나아가 국가를 움직이는 그러한 의사결정의 과정이 전북에서부터 확산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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