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마지막 주말, 여성인력개발센터 건물 입구에서 열심히 통닭을 굽고 있던 이영란씨는 YWCA에서 마련한 바자회에 들른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회원들이 눈에 띠자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우리들이 10원짜리 동전을 가지고 했던 작은 행동이 이렇게 큰 결과로 돌아온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니까요. 정말 우리가 이뤄낸 일이 맞아요?"
2012년 2월 7일 전주시의회는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SSM)에 대한 의무휴업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어 4월 10일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을 개정·공포함에 따라 전주시의 모든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SSM)는 한 달에 두 차례씩(둘째, 넷째 일요일) 의무적으로 업소 영업을 쉬게 된 것이다. YW CA의 회원으로 전주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진행한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요구하는 동전장보기 운동'에 참여했던 이 씨의 질문은 사실 시민의 힘으로 일구어낸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는 곳이 서신동이라서 아이들 용품을 사느라 전에는 이마트 이용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왜 대형마트를 가느냐?'며 나무라시더라고요. 80대 노인이신데 깜짝 놀랐죠. 저도 막연하게나마 대기업 때문에 중소상인이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별 문제의식 없이 편리하고 저렴하니까 라는 생각으로 대형마트를 이용한 거잖아요?"
이 씨의 나이 많으신 어머니와 같은 생각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시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두 번째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실시되기 하루 전인 5월 12일(토) 이마트 앞에서 만난 이 아무개씨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동네 슈퍼는 가격도 비싸고 불친절한데다가 찾는 물건도 없어서 아예 가지를 않죠. 소비자가 판단할 일을 시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민주주의와 혼동을 일으키는 자본주의 사회는 거대기업의 약육강식의 논리가 관철되는 끊임없는 경쟁의 사회다. 약자를 배려하고 소수자를 챙겨주는 선한 마음을 이해타산의 경제성 속에서 평가하는 냉혹한 마음을 '합리적 개인'으로 정의한다. 행복하고 안전한 일상을 소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을 이루어주는 경제 민주주의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주부 입장에서 이 씨가 전하는 지역상생경제의 분위기는 꽤나 발랄하다. "제가 동전장보기 운동을 할 때 우리 앞에서 매우 불쾌한 얼굴을 하고 짜증을 내던 한 종업원이 있었거든요. 나중에 우연히 마주쳤는데 나를 향해 웃는 얼굴로 '마트가 쉰 덕에 오랜만에 친정에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상생 아니겠어요?"
박우성 NGO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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