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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기술이 미래다

임성진 전주대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

   
 
 

작년 3월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 지역에서는 거주 어린이 세 명 중 한 명꼴로 갑상선암과 연관될 수 있는 결절과 수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를 보면서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한 원자력과 같은 각종 과학기술이 과연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에너지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의 기술적 위험성과 빈부간의 양극화현상은 그 어느 곳에서보다도 심각하다.

 

세계적으로는 아직도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16억 이상의 인구가 전력부족을 겪고 있다. 그리고 27억에 이르는 사람들이 장작, 숯, 동물 배설물, 볏짚 같은 고체 바이오연료를 이용하는 고전적인 취사와 난방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낮은 에너지이용기술은 산림자원의 파괴뿐만 아니라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위해가스로 인한 건강의 위협, 지구온난화 등을 유발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다행히 근래 개도국의 에너지소외계층에게 적합한 에너지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적정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the Other 90%)' 운동도 시작되었다.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로 케냐 세라믹 풍로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영국의 한 NGO 단체가 케냐주민을 대상으로 보급한 휴대용 목탄 스토브로, 30·50%에 이르는 연료절감과 유해가스 발생 감소 등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어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소외계층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 단순히 저개발국을 위한 복지차원의 기술을 넘어서 일반인들을 위한 미래의 기술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에 대한 좋은 예가 바로 100달러 노트북이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의 니콜라스 네그로폰데는 저개발국 어린이에게 보급할 목적으로 '어린이 한 명당 노트북 한 대씩(One Laptop Per Child)'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100달러짜리 노트북을 개발했다. 이 노트북은 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어린이들이 크랭크나 밟기판 등의 방식을 이용해 언제든지 사용하고 충전할 수 있으며 최대한 낮은 전력을 소비하도록 설계되었다. 또, 노트북에 내장된 WiFi 안테나를 통해 자유롭게 웹서핑을 할 수도 있다. 넷북과 태블릿 PC의 기원이 되기도 한 이 노트북이 지닌 첨단기술적 해법과 감성적 디자인은 이미 여러 곳에서 응용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최근 네그로폰데와 함께 100달러 노트북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스위스 산업디자이너 이브 베하는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100달러짜리 태블릿을 설계해 출시하기도 했다.

 

근래 이러한 따뜻한 기술의 혁명을 선진국의 마을 공동체에 적용해 지역 전체를 자연친화적인 순환경제체제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금 지구촌이 겪고 있는 기후재앙은 결국 인류가 개발과 성장에 취해 착취당하는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을 같이 보지 못한 탓이다. 우리에겐 지금 경제적 성장에만 편향되지 않은, 진정으로 인간의 삶을 위하고 소수가 아닌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따뜻하고 지속가능한 기술과 발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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