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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추석을 기다리신다 - 전근표

비스듬하게 열려진 사립문 비집고 뚫어질세라

 

허리 굽은 흰머리 어머니 툇마루에 앉아섰다 앉아섰다

 

이내 초롬한 눈망울 아래위로 좌로 우로 굴리신다

 

혹시나 하고 누굴 기다리시는 걸까

 

바람소리에 열린 문이 닫치면 어찌할까 걱정이신가

 

어제 따다 담근 땡감에 단맛은 들었는지…

 

멍석 위 빨간 고추며 대추는 잘 마르고 있는지…

 

어릴 적 품안 배고픔 서러워 집 떠나보낸 자식새끼들

 

지친 삶은 뒤로하고 추석을 기다림에 오늘도 미안함 뿐이다

 

잘들 사는지, 건강은 한지, 얼마나 자랐는지…

 

성묘는 오는지, 안 오는지 선물일랑 필요 없는디 필요 없어

 

이 애미가 많이 많이 준비 했당께 너희 주려고

 

그냥 왔다만 가거라 바쁘면 못 와도 좋고… 애를 태우신다

 

 

못 와도 어쩔 수 없지 지하에 계신 애비도 기다릴 텐데…

 

내도 이제 니들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모르겠구나

 

※ 전근표 시인은 2008년 '한국시'로 등단했다. 시집'아버님! 하늘나라 그곳에도 꽃은 피었나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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